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뤽 베송 14

그랑 블루 감독판 (블루레이)

2010년 여름, 그리스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산토리니섬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짙푸른 에게해였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산토리니-이아마을)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눈부시게 하얀 집들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면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 블루'(Le Grand Bleu, 1988년)가 떠올랐다. 영화 초반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뛰노는 흑백 영상의 배경이 된 곳이 에게해에 면한 그리스 바닷가였다. 그 곳에서 자란 주인공들은 잠수부가 돼서 세계 최고 다이버를 가리는 대회에 나간다. 그들은 산소통도 없이 오로지 폐활량 하나만 믿고 숨을 참은 채 바다 깊숙히 내려 간다. 영화는 신비할 정도로 짙푸른 바다에 매료된 사나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테이큰2

예전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본 '테이큰'은 기대 이상이었다. '쉰들러 리스트'의 점잖은 오스카 쉰들러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당한 딸을 되찾기 위해 무지막지한 전사로 변신한 것도 뜻밖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봐서 속편에 대한 기대도 당연 컸다.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이 만든 '테이큰2'는 전작만큼은 아니어도 꽤 흥미진진한 액션물이다. 전편에 이어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이번 작품은 주인공에게 박살난 인신매매 조직이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그 바람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딸과 전처까지 온 가족이 위험을 겪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리암 니슨이다.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창 젊은 나이의 배우 못지 않은 활기찬 액션을 보여줘 본 시리즈의 맷 데이몬이나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

영화 2012.10.07

밴디다스

조아킴 로엔닝과 에스펜 샌드버그가 공동 감독한 '밴디다스'는 여성판 '내일을 향해 쏴라'다. 19세기 멕시코의 마을에 들이닥쳐 은행을 장악한 미국 악당들에게 재산과 아버지를 잃은 두 여성이 은행강도가 돼서 복수하는 내용이다. 셀마 헤이엑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인공을 맡아 선댄스 키드와 부치 캐시디처럼 총을 휘두르며 은행을 턴다. 그렇지만 버디 무비의 형태만 닮았을 뿐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재기발랄한 낭만과 막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비장미는 없다. 대신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화려한 총격전보다는 섹시 코드만 지나치게 부각됐다. 어설픈 여주인공들을 내세워 정통 서부극 스타일로 정면 승부를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섹시 코드로 빗겨간 것이 흥행을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

더 독

이소룡이 위대한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끝까지 그의 아우라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맹룡과강' '당산대형' '정무문' '사망유희' 등 홍콩에서 촬영한 작품은 물론이고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용쟁호투'에서도 특유의 괴조음과 비장미 넘치는 무술 영웅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그는 모든 작품에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았고 한 번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환경이 달라진다고 옷을 갈아입으면 자신의 색깔을 잃고 만다. 특히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일 경우 더욱 추해 보인다. 루이스 레테리어(Louis Leterrier) 감독의 '더 독'(Unleashed, 2005년)은 무술 스타 이연걸(李连杰)을 구겨진 걸레처럼 더 할 수 없이 초라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의 액션은 변함없이 화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