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뮤지컬 45

지붕위의 바이올린(블루레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1년)은 유명한 'Sunrise, Sunset'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는 유대인 사회를 다룬 이 작품은 가난한 시골의 유대인 농부가 딸 다섯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유대인 박해라면 무조건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탈무드 특유의 유머가 흐른다.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일이 터지면 "왜 하필 나냐"며 신에게 따지고 슬쩍 비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종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낙천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의 박해받는 삶이 더더욱 힘들고 부당하게 보인다. 원래 이 작품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

치티치티 뱅뱅

'치티치티 뱅뱅'은 1970년대 국민학교 시절 꽤나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이다. 전체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로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얘기가 신기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로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다. 그러나 1960년대 영화여서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DVD 타이틀이 출시돼 보게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어려서 읽었던 만화책 만큼 재미나 감흥은 없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일이 현실이 돼버린 요즘 그보다 더한 신기한 일들을 다룬 영화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켄 휴즈 감독이 만든 영화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1968년)은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어린이용 뮤지컬 영화다. 원작 소설은 놀랍게도 007 시리즈를 ..

미스 사이공(블루레이)

미셀 쇤베르크가 작곡하고 알랭 부브리가 가사를 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에 비유하자면 '나비 부인'과 닮았고, 우리네 악극에서 찾자면 '홍도야 울지마라'와 유사하다. 좋게 말하면 순애보이고 깎아내리면 신파라는 얘기다. 내용은 월남전 때 사랑하게 된 사이공 매춘부와 미군 청년이 월남 패망과 함께 헤어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한 남자를 잊지 못해 지고 지순한 사랑으로 기다리는 이야기는 '나비 부인'과 닮았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홍도야 울지마라'를 떠올리게 한다. 신선한 점은 결코 쉽지 않은 월남전이라는 소재를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쟁통에 몸을 팔게 된 베트남 여인과 파병 군인간의 사랑, 어떻게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벗어나려는 포주, 옛 애인을 잊지..

빅터 빅토리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만든 '빅터 빅토리아'(Victor Victoria, 1982년)는 참으로 독특한 작품이다. 에드워즈 감독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액션이 섞인 코미디를 잘 만든 그의 영화 중에 드물게 뮤지컬 장르다. 여기에 동성애를 소재로 다뤘으며 그 중심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맑고 고운 목소리를 지닌 가정교사로 나온 줄리 앤드류스가 게이를 가장한 남장 여성으로 등장한다. 음악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핑크 팬더' 등 히트곡들을 줄줄이 만든 헨리 맨시니가 맡았다. 헨리 맨시니는 영화음악을 많이 만들었지만 뮤지컬 스코어를 쓰지는 않았는데, 이 작품이 예외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82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내용은 밥 먹을 돈조차 없을 정도로..

갓 헬프 더 걸(블루레이)

스튜어트 머독 감독이 만든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2014년)은 유쾌하고 따뜻하면서 사랑스런 영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선 감독 이름이 낯익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모던 포크록 밴드 벨앤세바스찬의 보컬이자 리더인 바로 그 스튜어트 머독이다. 머독은 2003년 조깅을 하던 중 우연히 떠오른 악상으로 곡을 만들고 내친 김에 영화까지 구상했다. 내용은 그들만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다. 언뜻보면 벨앤세바스찬 이야기와 닮았다. 벨앤세바스찬도 스튜어트 머독이 대학 시절 수업을 듣다가 기말고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 6명과 밴드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만큼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음악이 잘 녹아 있어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