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뮤지컬 45

락 오브 에이지 (블루레이)

1980년대는 하드록, 특히 헤비 메탈의 시대였다. 80년대 초반 치기어린 고교생 시절, 아이들은 가요나 팝을 들으면 부끄러워했고 록이나 메탈을 들어야 음악 좀 듣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바람에 '빽판' 장사들만 돈을 벌었다. 록이나 메탈은 워낙 국내에 금지곡이 많아 라이센스반은 여러 곡이 잘린 채 출반됐기 때문에 주로 황학동이나 세운상가 등을 뒤져 음질은 나쁘지만 금지곡이 온전히 수록되고 가격도 싼 백판들을 주로 샀다. 그만큼 80년대는 록이 인기를 끌었다. 가뜩이나 암울했던 시절, 들끓는 청춘의 에네르기를 달래기에는 폭발적인 록 사운드만한게 없었기 때문. 아담 쉥크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Rock of Ages, 2012년)는 LA 메탈이 득세하던 1987년 할리우드의 선셋스트립을..

시카고 (블루레이)

'All That Jazz'라는 노래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시카고'(Chicago, 2002년)는 매력적인 영화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독에 갇힌 여죄수들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내용. 재미있는 것은 하나같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거짓말, 권모술수로 일관한다는 것. 얼마나 배심원을 잘 속이고 언론을 이용해 눈물샘을 자극해 무죄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 선정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드는 옐로 저널리즘, 돈만 밝히며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 등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만큼 법을 속이는 악녀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이를 풀어낸 노래와 춤도 흥겹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승부수는 노래와 춤에서 갈리는 법인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영화를..

버레스크 (블루레이)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진 희가극을 뜻하는 벌레스크는 원래 이탈리아어의 익살, 야유, 희롱이라는 불레스코(burlesco)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고귀한 대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17세기 문학에서 출발했으나 프랑스를 거쳐 1860년대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춤과 노래를 곁들인 본격적인 쇼로 발전했다. 그러나 제 1 차 세계대전 이후 스트립쇼로 변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는데, 그 바람에 지금 활동 중인 벌레스크 댄서인 디타 본 티즈의 경우 스트립 댄서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스티브 앤틴 감독의 영화 '버레스크'(Burlesque, 2010년)는 바로 벌레스크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이다. 당대 최고의 팝가수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고, 데뷔 40년이 넘은 관록의 스타 셰어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블루레이)

월터 랭 감독의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There's No Buiseness Like Show Buisness, 1954년)는 1920~40년대 유행했던 미국의 보드빌쇼를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다. 보드빌쇼란 원래 풍자극을 의미했는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순회극단이 펼치는 가벼운 뮤지컬 형식의 버라이어티 쇼를 말한다. 주로 가족단위로 이뤄진 멤버들이 나와 춤과 노래, 연기를 곁들이며 흥겨움을 선사했다. 이 영화도 극중 도나휴 가족이 미국 전역을 떠돌며 순회극을 펼치는 내용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사랑과 오해가 엇갈리며 가족이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중요성 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춤과 노래는 '7인의 신부' '스타탄생' 등 그 해 나온 다른 영..

세 얼간이

1999년 인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우리별3호라는 인공위성을 인도 로켓에 실어 인도에서 발사했는데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가기 전에는 신비한 나라로 알려진 인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었는데, 당시 출장은 인도에 대한 기대를 모두 날려 버렸다. 푹푹 찌는 더위와 목숨을 위협하는 무질서 및 질병, 엄청난 계급차별의 벽은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만 낳았다. 당시 인도의 한국대사관은 기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며 글로 옮기기 힘든 인도 생활의 애환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본 인신매매된 세계 각국 여성들이 모여있는 집창촌은 충격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에 갔을 때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그라에서 고용한 현지 가이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