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뮤지컬 45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블루레이)

195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지금도 섹시 심벌로 꼽힌다. 그를 섹시스타로 부상하게 해 준 영화가 바로 하워드 혹스 감독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 1953년)라는 작품이다. 53년도에 나왔으니 무려 59년전 작품인데도, 지금 다시 봐도 철철 넘치는 먼로의 매력에 왜 그가 섹시심벌이 됐는 지 쉽게 수긍이 간다. 혹스 감독은 이 작품에서 먼로를 철저히 바비 인형같은 캐릭터로 그려 놓았다. 물결처럼 구비치는 금발과 게슴츠레하게 뜬 눈과 붉은 입술, 그리고 육감적인 몸매, 졸린 듯 나긋나긋 흘러나오는 목소리까지 먼로의 자태는 남심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혹스 감독은 외모 뿐 아니라 먼로의 극중 배역이 약간 바보같으면서도 순진무구해 남성의 보호본..

뜨거운 것이 좋아 (블루레이)

빌리 와일더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년)은 무려 53년전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재미있다. 두 명의 악사가 갱단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뒤 쫓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밴드에 들어가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스토리를 따라 흘러가며 엎치락 뒤치락 벌어지는 소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인 이 작품은 2000년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코미디 100편 가운데 1위를 했다. 그만큼 각본까지 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연출이 훌륭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인 존재는 마릴린 먼로다. 당시 먼로는 세 번째 남편인 극작가 아더 밀러와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여기에 로렌스 올리비에와 촬영한 전작인 '왕자..

하이스쿨 뮤지컬 3 확장판 (블루레이)

디즈니의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는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얼마나 다양하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06년 디즈니채널에서 TV 영화로 시작된 이 작품은 미국 케이블TV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덕분에 2007년 속편이 제작돼 큰 인기를 끌면서 음반과 공연 등 다양한 돈벌이로 재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잭 에프론, 바네사 허진스, 애슐리 티스데일 등 이 작품 출연배우들은 줄줄이 스타덤에 올랐다. 대미를 장식한 세 번째 작품 '하이스쿨 뮤지컬 3'(High School Musical 3 : Senior Year, 2008년)는 이 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극장판으로 제작됐다. 감독은 1, 2편을 연출한 케니 오르테가. 내용은 졸업반이 된 등장인물들이 마..

물랑루즈 (블루레이)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루즈'(Moulin Rouge, 2001년)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재기발랄한 영화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카바레였던 물랑루즈를 중심으로 무희와 젊은 작가의 사랑을 담았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속에 당시 시대 풍습을 풍경화처럼 담은 점이 돋보인다. 몸 파는 여인과 가난한 작가의 힘든 사랑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신화적 구성을 닮았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뮤지컬적인 요소다. 늘 음악과 영상의 적절한 조화를 신경쓰는 루어만 감독은 이번 작품을 아예 작정하고 뮤지컬로 만들었다.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이야기 전개를 팝, 댄스, 록,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을 동원해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서 귀에 익은 노래들이 어느 장면에 어떻게 쓰였..

제너두

로버트 그린왈드 감독의 뮤지컬 영화 '제너두'(Xanadu, 1980년)를 볼 만한 DVD로 분류한 이유는 순전히 음악 때문이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반 팝의 아이콘이었던 올리비아 뉴튼존이 ELO와 함께 부른 주제가와 여러 삽입곡들은 참으로 감미로우면서 흥겹다. 그만큼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를 지녔던 올리비아 뉴튼존의 노래가 좋았다. 더불어 ELO, 클리프 리차드 등 당시 팝음악을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의 노래도 반갑다. 하지만 영화 내용은 수준 이하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예술의 신 뮤즈 9자매 가운데 하나가 현대 세상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꿈과 사랑을 주는 내용. 황당한 내용은 별 볼일 없지만 올리비아 뉴튼존과 음악은 건질 만 하다. 제목 제너두는 쿠빌라이 칸이 세운 몽고 제국의 수도가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