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야자키 하야오 13

붉은 돼지 (블루레이)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지구 상에서 낙원을 보려거든 찾아가라'고 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였다. 거기에 주단을 펼쳐 놓은 듯 붉게 빛나는 중세시대 마을의 지붕들. 비단 화가가 아니어도 절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두 편을 통해 거듭났다. 마을 풍경이 온전히 나오는 '마녀 배달부 키키'와 남성들을 위한 낭만적인 작품 '붉은 돼지'(紅の豚, 1992년)다. 이 작품은 제1 차 세계대전 후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하늘의 사나이들이 비행 실력을 겨루는 내용이다. 아드리아해는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펼쳐진 바다로, 여기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작품 속 여인 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블루레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탄생을 가져온 도화선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성공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함께 독립해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어 '천공의 성 라퓨타'(http://wolfpack.tistory.com/entry/천공의-성-라퓨타), '이웃집 토토로'(http://wolfpack.tistory.com/entry/이웃집-토토로-블루레이), '반딧물의 묘'(http://wolfpack.tistory.com/entry/반딧불의-묘) 등 숱한 명작들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기계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하야오 감독의 특성이 잘 반영됐다. 세계 전쟁 후 황폐화된 지구에서 인간이 독을 내뿜는 균류, 식물, 곤충과 공..

이웃집 토토로 (블루레이)

내게 있어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시작과 끝은 '이웃집 토토로'(1988년)이다. '미래소년 코난' '루팡 3세' 등 미야자키 하야오를 알린 작품은 많지만 그가 세운 지브리스튜디오를 제대로 알게 해 준 작품은 명작 애니메이션인 '이웃집 토토로'였다. 수채화 같은 맑고 투명한 색감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 등 동화책 같은 이 작품은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이야기는 일본 시골로 이사간 자매가 숲에 사는 도깨비와 친해지는 내용이다. 도깨비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의 얼굴이 붉고 못된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니라 안아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동물같은 캐릭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원래 일본 토코로자와 지방의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너구리와 고양이를 섞은 듯한 캐릭터를 구상..

코쿠리코 언덕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는 이름이다. 그런데 그도 이제 70이 넘었다. 여전히 그림 실력과 감성은 청춘이지만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법, 그가 공들여 세운 지브리스튜디오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만 하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선보인 데뷔작' 게드전기'가 제대로 실패하는 바람에 걱정이 더 커진 모양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아버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감독은 아들이 했지만 하야오도 원작 선정과 음악 선곡 등에 참여했고, 포스터를 직접 그렸다. 그만큼 이 작품은 부자의 감성이 함께 녹아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둔 1963년 요코하..

귀를 기울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의 '바다가 들린다' 내부 시사를 보고 나서 화를 냈다. 하야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와 안맞는 스타일"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할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다가 들린다'는 확실히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기존 지브리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 환경이나 인류에 대한 거창한 고민 대신 남녀의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담백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스즈키 토시오의 말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2년 후 하야오 감독은 '귀를 기울이면'(1995년)을 제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본, 그림콘티와 프로듀서를 맡고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만든 '귀를 기울이면'은 '바다가 들린다'에 자극받아 태어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