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야자키 하야오 13

마녀배달부 키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마녀배달부 키키'(1989년) 역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이 작품은 13세가 되면 독립해야 하는 마녀의 규칙상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 마녀 키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마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못되고 심술궂은 악당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착한 존재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천진난만한 마녀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수와 동심을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동화같은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안하고 있다. 특히 나는 법을 잊어버린 마녀 키키의 모습과 옆에서 키키를 위로하는 여류 화가 우르슐라의 "억지로 생각하지 마라"는 대사를 통해 재충전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 속 도깨비 등 ..

천공의 성 라퓨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처 건물 꼭대기에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름은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름을 따왔을 수도 있으나 항상 이 식당을 보면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성공에 힘입어 2년 뒤 1986년 선보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공중에 떠다니는 성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모험을 다뤘다. 이 작품은 '나우시카'보다 색상이 풍성하고 현란해졌으며 스케일도 커졌다. 그만큼 반전과 정치권력을 비웃는 아나키스트적 세계관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해졌고 구성도 탄탄하다. 아울러 시대와 장소 구분이 불분명한 판타지 요소는 더욱 강해졌다. 16 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