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키 루크 11

럼블피쉬

럼블피쉬로 부르는 태국의 샴 투어라는 물고기는 화려한 외양을 갖고 있지만 지독한 싸움꾼이다. 같은 종자가 눈에 보이면 달려 들어 죽을 때 까지 싸운다. 그래서 이 물고기를 키울 때에는 한 어항에 한 마리씩 따로 키워야 한다. 심지어 어항 너머로 다른 럼블피쉬가 보여도 어항을 들이받다가 죽을 정도로 투지가 넘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태국은 샴 투어를 수출해 한 해 1조4,000억원을 벌어들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럼블피쉬'(Rumble Fish, 1983년)는 반항적인 10대들을 이 물고기에 비유해 그린 영화다. 끓는 피를 주체 못해 또래들과 싸움을 벌이며 방황하는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거친 영상에 담아낸 작품. 내용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에 눈이 더 간다. 맷 딜런, 다이안 레인, 미..

더 레슬러

20년 동안 레슬링을 해 온 사람에게는 사각의 링이 천국이요 무덤이다. 오로지 할 줄 아는게 레슬링 밖에 없으니, 링 위에서는 스타이지만 링 밖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해 결국 링을 벗어날 수 없다. 어디 프로레슬러 뿐이겠는가.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다. 싫든 좋든 20년 동안 몸 담았던 일을 떠나서 하루 아침에 다른 일을 잘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링 위에 서있는 레슬러다. 그런 점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년)는 중년의 인생들을 위한 가슴아픈 송가이다. 내용은 왕년에 스타였으나 지금은 한 물간 전설의 프로레슬러 랜디(미키 루크)가 심장 수술을 받고도 링에 올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링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

신들의 전쟁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면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와 더불어 참 이야기거리가 많은 영웅이다. 워낙 힘이 장사였던 그는 침대 길이보다 길거나 짧은 사람을 자르거나 늘려 죽였던 악당 프로크루스테스, 크레타 미궁에 갇혀 제물로 받친 사람들을 잡아먹고 살던 황소머리를 가진 반인반우 괴물 미노타우로스, 여인왕국의 여전사들인 아마조네스 등을 모두 물리치고 아테네의 왕이 됐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여인네와 얽힌 사랑에는 아픔이 있다. 크레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소스의 꾐에 빠져 낙소스섬에 남겨두고 떠났고,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페드라를 아내로 맞지만 비극으로 이어졌다.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 사이에서 낳은 아들 히폴리토스를 새엄마인 페드라가 사랑한 것. 하..

영화 2011.11.23

아이언맨2 (블루레이)

사람이나 기계 모두 업그레이드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만큼 나아지고 좋아진다면 발전이고 진화다.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2'(Iron Man 2, 2010년)는 발전하고 진화한 슈퍼 영웅을 보여준다. 전편보다 요란하고 근사하게 바뀐 슈트를 비롯해 파워도 더 세졌다. 더불어 친구들도 생겼다. 여벌로 만들어 둔 아이언맨 슈트를 친구인 로즈 대령(돈 치들)이 입고 나타나 아이언맨을 돕는다. 여기에 요염한 스칼렛 요한슨이 눈이 빙빙 돌아가는 무술을 구사하는 특수 요원으로 등장한다. 악당들도 강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야 주인공의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슬링 선수같은 미키 루크가 러시아 출신의 머리도 뛰어난 악당 역을 맡아 무시무시한 전자 채찍을 휘두르는 악역을 맡았다. 혼자서도 아이언맨을 이..

씬시티

강렬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씬시티'(Sin City, 2005년)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강렬함'이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과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영상, 만화 속에서 갓 걸어 나온 듯한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 등 모든 게 눈을 찌르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데어데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 등을 그린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과 납치 등 범죄로 가득 찬 도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 여인들을 대신해 복수의 총을 빼든 정의의 사나이들을 그리고 있다. 영웅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악당 못지않게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어둡고 광기 어린 작품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