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버나드 허먼 7

마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마니'(Marnie, 1964년)는 스릴러라기 보다 가슴 아픈 영화다. 어려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평생을 위축된 채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다. 히치콕은 이 작품을 가리켜 "섹스 미스테리"라고 칭했다. 성적인 코드가 영화를 지배하기 때문. 야하다는 뜻이 아니라 성에 대해 위축되고 강박관념을 가진 여인이 이 때문에 도벽 등 비뚫어진 이상 심리 증세를 보인다. 여기에는 히치콕 개인의 경험도 관련 있다. 히치콕은 성불구였다. 딸이 있긴 했지만 시나리오 작가 제이 프레슨 앨런에게 고백했듯이 발기불능이어서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앨런은 히치콕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티피 헤드런에게 성적인 요구를 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 억압보다 정작 히치..

해리의 소동

'해리의 소동'(The Trouble With Harry, 1955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에서 이단에 속하는 영화다. 스릴러의 거장인 그가 만든 블랙코미디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우려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히치콕의 이름 때문에 무서운 스릴러를 기대한 탓이지, 결코 못만든 작품이 아니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견된 시체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적당한 웃음과 긴장감 넘치는 영상으로 묘사했는데, 웃음과 스릴리 적절히 조화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결코 끔찍한 살인 행위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 지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긴장하게 되고, 은유적인 에로티시즘과 비꼬는 농담이 가미된 대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히치콕의 다른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