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마니'(Marnie, 1964년)는 스릴러라기 보다 가슴 아픈 영화다.
어려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평생을 위축된 채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다.
히치콕은 이 작품을 가리켜 "섹스 미스테리"라고 칭했다.
성적인 코드가 영화를 지배하기 때문.
야하다는 뜻이 아니라 성에 대해 위축되고 강박관념을 가진 여인이 이 때문에 도벽 등 비뚫어진 이상 심리 증세를 보인다.
여기에는 히치콕 개인의 경험도 관련 있다.
히치콕은 성불구였다.
딸이 있긴 했지만 시나리오 작가 제이 프레슨 앨런에게 고백했듯이 발기불능이어서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앨런은 히치콕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티피 헤드런에게 성적인 요구를 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 억압보다 정작 히치콕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린 나이에 사랑을 못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끌려고 하는거요"라는 대사처럼 모성과 사랑이다.
어린 소녀의 불행한 과거가 주는 트라우마를 뒤쫓는 과정은 스릴러라기 보다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 히치콕 특유의 미스테리를 기대한 사람들 중에는 개봉 당시 혹평을 퍼부은 미국 언론들처럼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심리세계와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 관계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히치콕의 연출은 여전히 뛰어나다.
특히 '현기증'(http://wolfpack.tistory.com/entry/현기증)에서 보여준 카메라 트릭을 활용한 여인의 회상과 부감샷에서 현관으로 내려가며 갑자기 뜻밖의 인물이 툭 튀어나오며 긴장을 높이는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콜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DVD 타이틀은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필름 손상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고 링잉과 지글거리는 현상이 보일 정도로 좋지 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한글자막이 들어간 제작 다큐멘터리가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장면에 카메오 출연한 히치콕. 카메라를 쳐다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볼티모어 부둣가 장면에 등장한 배가 정박해 있는 바다 부분은 그림이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숀 코네리와 티피 헤드런.
이 작품은 영국작가 윈스턴 그레이엄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회사 금고를 뒤지는 장면에 청소부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였다. 원래 히치콕은 마니 역에 그레이스 켈리를 염두에 뒀다 모나코 레이니에 왕자비였던 켈리는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켈리의 출연이 무산된 것은 당시 복잡한 사정 때문이었다. 히치콕이 성급히 켈리의 복귀를 언론에 흘리면서 모나코 국민들이 반대했고, 레이니에 왕자는 프랑스와 분쟁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모나코가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며 프랑스 기업들을 유혹하는 것은 조약 위반이라며 마찰을 빚었다.
히치콕은 남자 주인공 역에 로렌스 올리비에를 고려했었다.
'새'에 이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작가 에반 헌터는 남편이 아내를 강간하는 장면 때문에 히치콕과 갈라섰다. 헌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라며 삭제를 주장하는 바람에 꼭 들어가야 할 장면이라고 본 히치콕과 대립했다. 히치콕은 결국 헌터를 해고하고 제이 프레슨 앨런을 시나리오 작가로 기용했다.
켈리의 출연이 무산된 후 히치콕은 클레어 그리스월드를 마니 역할로 스크린테스트를 해봤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새'의 주인공으로 발탁한 티피 헤드런을 선택했다.
소설은 사촌지간인 남자 두 명이 한 남자를 놓고 대립하는데 히치콕은 이를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놓고 맞서는 것으로 바꿨다. 대립하는 두 여성을 사선으로 배치한 기울인 앵글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 찍은 뒤 히치콕은 오랜 단짝들을 잃었다. 편집자 조지 토마시니는 1964년 55세때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촬영감독 로버트 벅스는 화재로 사망했다. 작곡가 버나드 허먼은 이 작품이 히치콕과 함께 한 마지막 영화였다.
부감으로 내려다 보던 카메라가 스르르 내려가며 문으로 다가가 뜻밖의 인물이 들어오는 것을 잡는 크레인 샷이 일품이다.
말을 타고 벌이는 여우 사냥 장면은 버지니아의 미들버그에서 촬영. 히치콕은 야외 촬영을 좋아하지 않아 말타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장면은 모두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이를 위해 히치콕은 런닝머신 위에서 말을 달리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MGM에서 거대한 런닝머신을 빌려와 성공적으로 촬영했다.
티피를 견제하는 숀 코네리의 처제 역할은 다이안 베이커가 연기.
일부 장면에서는 디즈니가 만든 로봇말을 이용해 클로즈업을 찍기도 했다. 티피는 실제로 승마를 좋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극중 '폴리오'로 불린 말을 타며 친해졌다.
히치콕은 '새'를 찍는 동안 티피에게 과하게 집착했으나 티피가 에이전트인 노엘 마샬과 약혼하자 둘의 관계가 악화됐다. 히치콕은 노엘을 싫어해 티피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말렸다.
티피와 히치콕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고, 히치콕은 티피를 분발시키기 위해 다이안 베이커에게 선물공세를 펴기도 했다. 급기야 티피는 '오늘의 스타상' 수상과 TV '투나잇쇼' 출연을 위해 뉴욕을 가겠다는 것을 히치콕이 불허하자 감독에게 "뚱뚱한 돼지"라고 욕을 퍼부었다. 나중에 히치콕은 트레일러에 티피와 단 둘이 남았을 때 성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더욱 관계가 악화됐다.
촬영 감독 로버트 벅스가 마니의 회상 장면에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줌인 하는 트릭은 '현기증'에서 개발한 방법이다.
엄마 역으로 영화 데뷔한 루이스 라담은 시나리오 작가 제이 프레슨 앨런이 달라스에서 오래 사귄 친구다. 그는 젊은 역부터 늙은 역까지 연기하기 위해 3시간씩 걸리는 분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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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콜렉션 화이트 디지팩 (새 마니 가족 음모 찢어진커튼 토파즈 프렌지 현기증) 7Disc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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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윤철희 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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