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돌아 왔다.
'마니' '찢겨진 커튼' '토파즈' 등 일련의 작품이 잇달아 실패하며 쓴 맛을 본 알프레드 히치콕은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더 이상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거나 스파이물이 아닌 그의 장기인 서스펜스 스릴러로 돌아갔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바로 후기 걸작인 '프렌지'(Frenzy, 1972년)다.
명불허전, 결코 위대한 감독 히치콕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다.
아더 라 번의 '피카딜리, 레스터 광장이여 안녕'이란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성기능 장애가 있는 연쇄살인마가 여자들을 잔인하게 넥타이로 목졸라 죽이며 쾌감을 얻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녹아 있다.
우선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범죄 행각에는 1946년 여성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영국의 가학적 변태성욕자였던 네빌 히스 중령과 전설처럼 전해지는 1888년 연쇄살인의 주인공 잭 더 리퍼, 여러 여성을 죽인 존 크리스티 등이 섞여 있다.
물론 발기부전이었던 히치콕 자신의 이미지도 연쇄살인범에 투영돼 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긴장감이 일품이다.
지능적인 연쇄살인범과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여성을 잔혹하게 죽이는 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여기에 뱀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유려한 카메라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카메라가 2층부터 뒷걸음질 치듯 계단을 타고 내려와 건물 외곽으로 빠지는 장면은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비록 널리 알려진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점은 '토파즈'와 같지만 결코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은 결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만큼 히치콕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수작이다.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디지팩에 포함된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필름 손상 흔적이 그대로 보이고 플리커링이 나타나는 등 그저 그렇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한글 자막이 들어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공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강물 위를 스치듯 움직이는 카메라가 타워브리지 밑을 빠져나가 연설하는 정치인 머리 위로 솟구쳐 내려다보는 장면은 헬기로 촬영했다. 정치가의 연설을 듣는 청중들 사이에 모자를 쓴 채 섞여 있는 히치콕 감독. 혼자만 뚱한 표정이다. 이 작품은 영국 런던에서 야외장면을 찍었다. 특히 청과물 도매시장인 코벤트가든은 히치콕에게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이곳에 점포 여러 개를 가진 부유한 청과물상이었다. 코벤트가든의 청과물시장은 나중에 배터시의 나인엘름즈로 옮겼다. 원작자인 아더 라 번은 런던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소설가와 시나리오작가로 변신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은 존 핀치가 연기.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제 2 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나오는 만큼 50대 남성이다. 그러나 히치콕은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나이가 맞지 않는 점은 과감히 무시했다. 부랑자들의 숙소인 빈민구호소. 원작자인 라번은 네빌 히스를 참고해 살인자를 묘사했다. 반면 히치콕은 잭 더 리퍼와 존 크리스티를 섞어서 주인공을 설정했다. 히치콕은 미세한 디테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성능이 향상된 필터를 장착한 250mm 렌즈로 살인 장면을 찍었다. 넥타이는 미리 묶어놓고 더 이상 조여지지 않도록 바늘로 꿰맸다. 히치콕의 오랜 친구인 배우 엘지 랜돌프가 호텔 프론트 여직원으로 나온다. 히치콕은 촬영에 돈이 적게 들 것 같아 런던을 촬영지로 골랐다. 실내장면은 버킹엄셔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에서 찍었다. 카메라가 사람 눈 높이로 뜬 채 2층에서 미끄러지듯 계단을 지나 건물 외곽을 비추는 장면은 복도와 계단에 트랙을 깔고, 카메라가 트랙을 타고 내려오며 찍었다. 이는 무성영화시대의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은 짓이겨진 청포도, 스프와 고기요리 등 끊임없이 음식이 나온다. 특히 부인의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감 부부 얘기는 히치콕 부부의 모습이 투영됐다. 히치콕의 부인 알마는 뛰어난 요리사였지만 히치콕은 경감처럼 다진 고기 파이를 좋아했다. 소설에서 살인자의 정체는 여성의 주요 부위에 들어있던 감자에 찍힌 지문 때문에 드러난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연기한 안나 마시는 원래 결혼상담소장의 비서 역으로 섭외됐다. 그의 뒷모습 누드와 결혼상담소장의 가슴 노출 등은 모두 대역이 연기. 히치콕은 극 중 중요한 역할에 당시 유명했던 마이클 케인을 지목했다. 그러나 케인의 일정상 틈이 없어 불발됐다. 히치콕은 케인과 닮은 배리 포스터를 기용했다. 재판장면에서 문이 닫히며 길게 이어지는 부분을 건너 뛰고 중요한 판결만 들리게 한 이 장면은 참으로 기발하다. 지루함을 피하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대본은 변호사 출신의 영국 극작가 앤소니 샤퍼가 맡았고, 촬영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와 '하드 데이즈 나잇' 등을 찍은 길버트 테일러가 담당. 히치콕은 처음에 헨리 맨시니에게 음악을 맡겼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론 굿윈에게 맡겼다.
'마니' '찢겨진 커튼' '토파즈' 등 일련의 작품이 잇달아 실패하며 쓴 맛을 본 알프레드 히치콕은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더 이상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거나 스파이물이 아닌 그의 장기인 서스펜스 스릴러로 돌아갔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바로 후기 걸작인 '프렌지'(Frenzy, 1972년)다.
명불허전, 결코 위대한 감독 히치콕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다.
아더 라 번의 '피카딜리, 레스터 광장이여 안녕'이란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성기능 장애가 있는 연쇄살인마가 여자들을 잔인하게 넥타이로 목졸라 죽이며 쾌감을 얻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녹아 있다.
우선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범죄 행각에는 1946년 여성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영국의 가학적 변태성욕자였던 네빌 히스 중령과 전설처럼 전해지는 1888년 연쇄살인의 주인공 잭 더 리퍼, 여러 여성을 죽인 존 크리스티 등이 섞여 있다.
물론 발기부전이었던 히치콕 자신의 이미지도 연쇄살인범에 투영돼 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긴장감이 일품이다.
지능적인 연쇄살인범과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여성을 잔혹하게 죽이는 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여기에 뱀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유려한 카메라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카메라가 2층부터 뒷걸음질 치듯 계단을 타고 내려와 건물 외곽으로 빠지는 장면은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비록 널리 알려진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점은 '토파즈'와 같지만 결코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은 결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만큼 히치콕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수작이다.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디지팩에 포함된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필름 손상 흔적이 그대로 보이고 플리커링이 나타나는 등 그저 그렇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한글 자막이 들어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공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강물 위를 스치듯 움직이는 카메라가 타워브리지 밑을 빠져나가 연설하는 정치인 머리 위로 솟구쳐 내려다보는 장면은 헬기로 촬영했다. 정치가의 연설을 듣는 청중들 사이에 모자를 쓴 채 섞여 있는 히치콕 감독. 혼자만 뚱한 표정이다. 이 작품은 영국 런던에서 야외장면을 찍었다. 특히 청과물 도매시장인 코벤트가든은 히치콕에게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이곳에 점포 여러 개를 가진 부유한 청과물상이었다. 코벤트가든의 청과물시장은 나중에 배터시의 나인엘름즈로 옮겼다. 원작자인 아더 라 번은 런던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소설가와 시나리오작가로 변신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은 존 핀치가 연기.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제 2 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나오는 만큼 50대 남성이다. 그러나 히치콕은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나이가 맞지 않는 점은 과감히 무시했다. 부랑자들의 숙소인 빈민구호소. 원작자인 라번은 네빌 히스를 참고해 살인자를 묘사했다. 반면 히치콕은 잭 더 리퍼와 존 크리스티를 섞어서 주인공을 설정했다. 히치콕은 미세한 디테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성능이 향상된 필터를 장착한 250mm 렌즈로 살인 장면을 찍었다. 넥타이는 미리 묶어놓고 더 이상 조여지지 않도록 바늘로 꿰맸다. 히치콕의 오랜 친구인 배우 엘지 랜돌프가 호텔 프론트 여직원으로 나온다. 히치콕은 촬영에 돈이 적게 들 것 같아 런던을 촬영지로 골랐다. 실내장면은 버킹엄셔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에서 찍었다. 카메라가 사람 눈 높이로 뜬 채 2층에서 미끄러지듯 계단을 지나 건물 외곽을 비추는 장면은 복도와 계단에 트랙을 깔고, 카메라가 트랙을 타고 내려오며 찍었다. 이는 무성영화시대의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은 짓이겨진 청포도, 스프와 고기요리 등 끊임없이 음식이 나온다. 특히 부인의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감 부부 얘기는 히치콕 부부의 모습이 투영됐다. 히치콕의 부인 알마는 뛰어난 요리사였지만 히치콕은 경감처럼 다진 고기 파이를 좋아했다. 소설에서 살인자의 정체는 여성의 주요 부위에 들어있던 감자에 찍힌 지문 때문에 드러난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연기한 안나 마시는 원래 결혼상담소장의 비서 역으로 섭외됐다. 그의 뒷모습 누드와 결혼상담소장의 가슴 노출 등은 모두 대역이 연기. 히치콕은 극 중 중요한 역할에 당시 유명했던 마이클 케인을 지목했다. 그러나 케인의 일정상 틈이 없어 불발됐다. 히치콕은 케인과 닮은 배리 포스터를 기용했다. 재판장면에서 문이 닫히며 길게 이어지는 부분을 건너 뛰고 중요한 판결만 들리게 한 이 장면은 참으로 기발하다. 지루함을 피하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대본은 변호사 출신의 영국 극작가 앤소니 샤퍼가 맡았고, 촬영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와 '하드 데이즈 나잇' 등을 찍은 길버트 테일러가 담당. 히치콕은 처음에 헨리 맨시니에게 음악을 맡겼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론 굿윈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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