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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가족 음모

울프팩 2013. 5. 11. 17:19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가족 음모'(Family Plot)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고 4년 뒤 만 80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빅터 캐닝의 소설 '레인버드 패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이러닉한 스릴러다.
돈 많은 귀부인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줄 잃어버린 상속자를 찾는다.

하필 이 일을 심령술사인 척 사기를 치고 다니는 커플이 맡는다.
어렵게 단서를 찾아 상속자를 찾는데, 문제의 상속자는 경찰들이 쫓는 희대의 납치범이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납치범은 사기 커플을 위험한 추적자로 오해해 엄청난 재산을 안겨줄 그들을 죽이려 든다.

결국 영화는 두 가지 추격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물고 물리며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다.
히치콕 감독은 세상 만사 속에 숨어든 허허실실의 역설적 상황을 두 커플을 통해 블랙코미디로 연출했다.

기존 히치콕 작품보다 얼개가 다소 느슨하지만 플롯은 잘 맞아 떨어져 이야기가 흥미롭게 흘러간다.
하지만 스타 파워의 부재가 아쉽다.

눈에 띄는 스타 대신 조연급 배우들이 나오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흥행에서 실패했다.
여기에 '프렌지'에서 보여준 카메라 트릭이나 '새'나 '사이코'처럼 아슬아슬한 긴장의 순간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말년의 거장이 한숨 돌리기 위해 만든 듯한 영화.
가볍게 볼 만 하지만, 히치콕의 명성에 어울리는 대단한 작품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콜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잡티와 플리커링이 보이는 등 영상이 깨끗하지 못하다.
부록으로 한글 자막이 들어 있는 작품 소개 다큐멘터리가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히치콕의 53번째이자 마지막 영화다.
원작 소설은 영국 시골을 무대로 전원생활을 즐기는 캔터베리 대주교를 납치하는 내용. 히치콕은 무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기고 후반부를 완전히 바꿨다.
심령술사를 연기한 바바라 해리스. 유니버셜은 이 역할에 라이자 미넬리를 추천했으나, 히치콕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고, 스타 출연료 때문에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을 꺼려 거부했다.
택시기사로 나온 주인공 역할로 처음에 잭 니콜슨이 고려됐다. DVD 타이틀 부록에서는 알 파치노라고 나오는데, 히치콕 평전에 보면 잭 니콜슨으로 나온다. 당시 잭 니콜슨은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사전 작업 때문에 출연하지 못해 브루스 던이 주인공을 맡게 됐다.
이번 만큼은 카메오 출연을 사양하던 히치콕은 그림자 출연이라는 기발한 방식으로 깜짝 등장했다.
돈 많은 귀부인을 연기한 캐서린 네스비트.
한 단어로 된 제목을 선호하는 히치콕은 원작의 제목을 버리고 '기만'과 '사기' 사이에서 고민을 했으나 유니버셜이 추천한 '가족 음모'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차량 사고 장면은 엔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의 간선도로에서 촬영.
악당의 아내를 연기한 카렌 블랙. 히치콕은 일부러 카렌을 1974년 유명한 패티 허스트 사건의 주인공 허스트처럼 꾸미게 했다. 패티 허스트는 언론재벌 랜돌프 허스트의 딸로, 극좌파인 SLA에 납치됐다가 같은 일원이 돼 은행을 털어 유명해졌다. 대표적인 스톡홀름 증후군 사례.
캘리포니아 시에라마드레의 공동묘지에서 부감으로 찍은 장면. 당시 스튜디오에서 따로 찍은 근접 장면에서는 실존 인물과 이름이 겹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히치콕이 주최한 언론 오찬에 참석한 기자들과 평론가들 이름을 묘비명에 대신 써넣었다.
음악은 당시 '죠스'로 주가를 올린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히치콕은 악당 역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서 킹스필드 교수를 연기한 존 하우스만을 고려했으나 나이가 많아 포기했다. 대신 히치콕은 윌리엄 디베인을 원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로이 신즈를 기용해 촬영을 했다. 히치콕은 처음부터 로이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을 냈고, 그러던 중 윌리엄 디베인을 섭외할 수 있게 되자, 디베인을 다시 기용해 재촬영했다. 그러나 디베인 또한 역할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해대는 메소드 연기자여서 히치콕을 피곤하게 했다.
히치콕은 이 영화에서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안되는 금기를 깼다. 뿐만 아니라 히치콕은 원작 소설에서 경찰의 역할과 대부분의 인물이 죽는 장면을 자기 스타일로 완전히 다르게 바꿔 버렸다.
히치콕 콜렉션 화이트 디지팩 (새 마니 가족 음모 찢어진커튼 토파즈 프렌지 현기증) 7Disc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히치콕
윤철희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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