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버트 영 5

록키 5 (블루레이)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5'(1990년)를 떠올리면 우선 악역으로 나온 토미 모리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록키가 키워준 공로를 모르고 배신하는 후계자로 나온 그는 실제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프로 권투 선수이며 미국을 상징하는 대배우 존 웨인의 외손자다. 1969년생인 그는 영화 출연 당시 21세의 촉망받는 헤비급 권투 선수였다. 그는 24세때인 1993년 WBO 세계 헤비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44세였던 핵주먹 조지 포먼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그는 95년 레녹스 루이스에게 TKO 패를 당한 뒤 몰락하기 시작해 96년 에이즈 양성반응으로 링을 떠났다. 이후 그는 약물 남용, 불법무기 소지 등으로 14개월 옥살이를 하고 나와 재산을 탕진하는 등 탕아가 됐다. 결..

록키4 (블루레이)

실베스터 스탤론이 극본을 쓰고 감독, 주연한 영화 '록키4'(Rocky 4, 1985년)는 권투에 반공과 냉전 논리를 끌어들인 황당한 작품이다. 2미터 가까운 무적의 구 소련 선수와 혈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내재된 논리는 황당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이는 스탤론 한 사람만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그랬다. 이 영화가 미국서 개봉한 1985년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신 냉전논리가 최고에 이른 때였다. 1984년 미국 LA에서 열린 제 23회 올림픽은 미국이 보이콧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한 보복으로 구 소련과 동구권,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더기로 불참하며 반쪽짜리 대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건 행정부는 소위 '스타워즈'로 통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밀어..

록키3 (블루레이)

영화 '록키3'(Rocky3, 1982년)를 처음 본 것은 고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를 끝내고 겨울방학 때였다. 국내에서는 1983년 1월 대한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시험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몰려가 봤던 기억이 난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감독, 각본,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철저한 오락물이다. 절때 질 것 같지 않던 세계 챔피언 록키가 연전연승하며 방어전을 치르다가 최강의 도전자인 클로버 랭(미스터 T)을 만나 타이틀을 잃고, 피나는 노력 끝에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다뤘다. 영화는 초반부터 극적인 재미를 위해 록키의 KO패를 보여주면서 충격을 준다. 특히 록키를 무너뜨린 강력한 적수인 클로버 랭을 연기한 미스터T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지녀서 더더욱 무시무시해 보였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초심을 ..

록키2 (블루레이)

흔히들 영화 '록키'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재현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미국은 누구에게나 성공할 기회를 준다는 것. 무일푼 무명 복서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과연 록키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을까. '록키2'(Rocky2, 1979년)는 이에 대한 대답이다. 전편에서 록키(실베스터 스탤론)는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웠지만 판정패했다. 영화는 이를 상기시키면서 아쉬운 록키의 꿈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물러나고 3년이 지나서, 록키는 약이 바짝 올라 리턴매치를 청한 아폴로를 맞아 이번에는 진짜 헤비급 타이틀을 걸고 챔피언 전을 치른다. 재력, 체력, 훈련, 경륜 등 무엇 하나 록키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도전의 가치는 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울리 에델(Uli Edel) 감독의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 1989년)는 휴버트 셀비 주니어가 1960년대 발표한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뉴욕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통해 겉으로 화려하지만 뒤로 곪고 썩어 들어가는 미국의 단면을 그렸다. 작가가 본 브루클린은 동성애와 매춘,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옥이었다. 그래도 그 안에 희망과 꿈을 갖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 있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하다.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올 만큼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 작품은 영상보다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가 담당한 음악이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