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3 (블루레이)

영화 '록키3'(Rocky3, 1982년)를 처음 본 것은 고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를 끝내고 겨울방학 때였다.
국내에서는 1983년 1월 대한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시험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몰려가 봤던 기억이 난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감독, 각본,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철저한 오락물이다.
절때 질 것 같지 않던 세계 챔피언 록키가 연전연승하며 방어전을 치르다가 최강의 도전자인 클로버 랭(미스터 T)을 만나 타이틀을 잃고, 피나는 노력 끝에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다뤘다.

영화는 초반부터 극적인 재미를 위해 록키의 KO패를 보여주면서 충격을 준다.
특히 록키를 무너뜨린 강력한 적수인 클로버 랭을 연기한 미스터T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지녀서 더더욱 무시무시해 보였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
영화는 챔피언이 된 뒤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을 잊어버린 록키가 겉멋에 빠져 연예인처럼 행세하는 모습과 클로버 랭의 매서운 훈련 과정을 번갈아 보여주며 사라진 초심을 이야기한다.

'호랑이 같은 눈빛이 사라졌다'는 코치의 질책은 결국 교만과 나태에 대한 반성이다.
예상 가능한 뻔한 결말이지만 드라마틱한 훈련과 오락성 높은 대결 과정으로 이를 뛰어넘는다.

반면 스포츠인 복싱을 과장된 액션으로 동네 건달들의 싸움처럼 그린 점이 한계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꽤 흥행이 잘됐고, 특히 서바이버가 부른 주제가 'Eye of the Tiger'가 크게 히트해 영화보다 더 유명해졌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았고 한글 자막이 들어간 홍콩판으로 나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런 편.

입자가 거칠고, 중경 원경에서 지글거림이 심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관중들의 함성이나 주제가가 울려퍼지는 등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록키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2편 엔딩부터 시작한다. 힘차게 날아올랐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뒤 다시 비상하는 과정을 담았다.

덕분에 별 볼일 없는 가난뱅이 청년은 부자가 됐고, 방어전에 연전연승하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화려하게 산다.

록키는 밴드까지 동원해 호화롭게 꾸민 훈련장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며 훈련 과정을 하나의 쇼처럼 만든다.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도 등장. 그만큼 영화는 온갖 쇼적인 요소를 갖다 붙였다.

헐크 호건과 록키의 대결은 1970년대 세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의 대결을 흉내낸 것. 당시 흑백TV로 지켜본 알리와 이노끼의 대결은 이노끼가 알리에게 맞을까봐 시종일관 기어다니기만 하는 바람에 영화와 달리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클로버 랭 역으로 나온 프로레슬러 미스터T. 모히컨 스타일의 머리와 험상궂은 인상이 꽤 무시무시했다. 실제로 그는 모호크 인디언의 피가 섞였다. 이 작품 이후 그는 TV시리즈 'A특공대'에 출연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시합은 권투라기 보다 동네 건달들이 한 대씩 치고 받는 개싸움을 연상케 한다.

록키의 오랜 정신적 스승이자 코치였던 믹키(버제스 메레디스)가 노령으로 죽는다. 버제스는 1997년 사망.

전작에서 록키에게 패한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가 코치로 등장한다. 한때 적에게서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도 드라마틱하다.

록키의 KO패는 충격적이다. 부감샷으로 잡은 장면이 인상적.

일부 장면에 슬로 모션을 도입하고 앙각으로 촬영하는 등 극적인 요소가 경기 장면에 많이 보인다. 특히 링 안으로 파고든 카메라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실제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영상을 전달했다.

결국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힘들었던 시절의 초심을 잃지말고 겸손하게 노력하라는 것. 이를 '호랑이의 눈빛'(Eye of the Tiger)으로 표현했다.

스탤론은 얼굴 생김이나 몸의 근육이 이때가 가장 보기 좋았다.

극중 록키의 명성을 기려 필라델피아시가 세워주는 것으로 돼 있는 동상이 실제 필라델피아 예술 박물관 잔디 마당에 들어섰다. 스탤론은 이 영화를 위해 동상을 만든 뒤 시에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