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은 격변의 해였다.
연초부터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더라"는 궤변으로 시작된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6.10 민주항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여세를 몰아 찌는 듯이 덥던 여름, 우리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즉 전대협이 결성돼 학생운동의 중심이 됐다.
그 혼란의 와중에 조용한 멜로드라마 한 편이 개봉해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바로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이었다.
순수하다못해 쑥맥같은 청년이 한 여인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인데, 신파로 빠지지 않고 가벼운 코미디 풍으로 처리해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당시 뜨거운 청춘이었던 만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순수한 사랑에 가슴이 아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이 작품을 보면 그때와 달리, 추억의 편린으로 흘러가버린 보석같은 젊은 날에 대한 추억으로 가슴이 아련하다.
배 감독은 풋풋하고 순진했던 1980년대 연애담을 꽤나 설득력있게 잘 묘사했다.
특히 안성기가 연기한 어수룩한 청년의 우스꽝스런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가슴이 아프다.
그만큼 안성기와 이 작품으로 영화에 첫 출연한 황신혜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25년이 지나 다시 보니 이제는 그때와 다른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하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리를 듣고 망연자실한 아들의 어깨를 말 없이 다독이던 아버지의 등이다.
젊은 날에는 보이지 않던 그 부분이 이제는 어떤 심정인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이를 먹은 탓인가, 청춘의 한때를 돌아보게 하고 그때는 몰랐던 부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필름 손상 흔적이 많이 보이고 샤프니스도 떨어지며 색도 바랬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배 감독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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