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보이즈 앤 후드

울프팩 2012. 2. 22. 22:40

미국 역사에서 흑인은 오랜 세월 마이너리티였다.
지금은 흑인 대통령이 나왔지만 150년 전만 해도 그들은 사슬에 묶인 노예 신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아졌을까.
존 싱글턴 감독의 '보이즈 앤 후드'(Boyz N The Hood, 1991년)를 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이 영화는 실화에 가까운 픽션이다.
LA의 흑인들이 모여사는 거리에서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흑인들이 어떻게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지를 성장 영화처럼 담아냈다.

감독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트리(쿠바 구딩 쥬니어)는 다행히 악의 길로 빠지지 않고 이겨내지만, 주변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좋지 않은 길로 내몰려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만큼 아직도 마이너리티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흑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한 흑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미국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다큐멘터리처럼 솔직하게 드러낸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덕분에 존 싱글턴은 불과 22세 나이에 데뷔작으로 찍은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흑인이 됐다.

그만큼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연출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와 함께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문제를 잘 드러낸 문제작으로, 쿠바 구딩 주니어, 아이스큐브, 로렌스 피쉬번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전체적으로 영상이 약간 뿌옇고 해상도도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이 작품은 블루레이 타이틀로도 국내에 곧 출시 예정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존 싱글턴 감독이 22세때 USC를 졸업한 뒤 4개월 만에 만들었다.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했으며 실제 LA 사우스웨스트의 로렌스거리에서 촬영.
주인공의 아버지를 연기한 로렌스 피쉬번. 영화에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투영돼 있다. 감독의 부모는 영화처럼 결혼하지 않은 채 서로 떨어져 살았다.
감독은 영화처럼 자식을 남자답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버지가 도둑에게 총을 쏜 일화와 경찰에게 내몰린 얘기 등은 모두 그 시절에 감독이 겪은 실화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대부분 흑인이다. 감독의 어린 시절이나 다름없는 트리 역할은 쿠바 구딩 주니어가 연기.
촬영 현장에 동네 갱들이 나타나 보호비를 요구하며 제작진을 위협하기도 했다.
우체부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존 싱글턴 감독.
감독은 대학시절 만났던 아이스큐브를 동생을 위해 복수의 총을 꺼내 든 뚱뚱이 역할로 캐스팅.
자동소총을 맞고 쓰러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처리하는 것은 감독이 영화 '와일드 번치'를 흉내낸 것. 이 작품 상영 당시 극장 주변에서 흑인 갱들이 영화를 보고 총기 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됐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8) 2012.02.25
기쁜 우리 젊은 날  (2) 2012.02.24
록키2 (블루레이)  (2) 2012.02.20
익스펜더블 (블루레이)  (2) 2012.02.05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블루레이)  (8) 201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