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브래드 피트 27

킴 베신저의 쿨 월드

랄프 박시 감독의 '쿨 월드'(Cool World, 1992년)는 국내 DVD 타이틀 제목이 '킴 베신저의 쿨 월드'이다. 제작사에서 아무래도 가장 인지도 있고, '나인 하프 위크' 이후 섹시 심벌로 꼽히는 킴 베신저를 내세워야 잘 팔릴 것이라고 본 모양이다. 그렇다고 킴 베신저가 스타의 전부는 아니다. 브래드 피트, 가브리엘 번 등 쟁쟁한 스타들이 아주 젊은 모습으로 줄줄이 나오지만 당시로서는 킴 베신저 만큼 유명 스타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독특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만화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 현실과 만화 사이를 오가며 모험을 벌이는 내용. 당시로서는 기발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1988년에 나온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

월드워Z (블루레이)

인간이 갖고 있는 무한성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함께 내포한 것이 좀비물이다. 죽어도 죽지 않고 되살아난 시체인 좀비는 사람들이 고대부터 꿈꾼 영생에 대한 동경과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주는 공포가 함께 내재돼 있다. 그래서 좀비물은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인간과 좀비간에 끝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되풀이되며, 소수의 생존자에게 무리지어 덤비는 좀비를 통해 수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Z'(World War Z, 2013년)도 마찬가지. 어느날 영문을 알 수 없는 병에 감염된 인간들이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물어 뜯으면서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공황에 빠져든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이 대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내용..

해피 피트2 (블루레이)

탭댄스 추는 펭귄이 돌아 왔다. 조지 밀러 감독의 '해피 피트2'(Happy Feet 2, 2011년)는 음치지만 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췄던 황제펭귄 멈블이 아빠가 돼서 따뜻한 부성애를 발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아빠 만큼 춤을 추지 못하는 몸치다. 대신 천상의 목소리라 할 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 춤 잘 추는 아버지에 노래 잘하는 아들, 이쯤되면 그림이 나온다. 전편처럼 여전히 화려한 댄스와 노래가 가미된 펭귄들의 뮤지컬이다. 여기에 바다코끼리, 새우, 고래 등 다채로운 짐승들과 인간까지 실제로 출연해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전편의 히트 요소를 이어 가면서 새로운 볼거리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전편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제작진의 전략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익히 ..

흐르는 강물처럼 (블루레이)

처음에는 몬타나의 수려한 풍광이 보인다. 이어서 무릎까지 오는 강물에 들어서서 휘두르는 플라잉 낚시가 들어온다. 그러고나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가족애가 강물처럼 가슴에 와닿는다.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년)은 그런 영화다.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작가 노만 맥클레인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몬타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려서 개궂은 일과 플라잉 낚시를 함께 하며 자란 형제가 자라서 갂기 다른 일을 하면서도 끈끈한 가족애로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다. 거기에는 피붙이에 대한 살가움과 책임감 때문에 비극적 사건을 겪으며 가족이 떠안게 되는 트라우마도 들어 있다. 그만큼 어느 ..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테렌스 멜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2011년)는 한 편의 추상화 같은 영화다. 분절되고 단락된 이미지의 나열,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신을 향해 인간의 구원을 갈구하는 거대 담론으로 묶인 추상화다. 내용은 잭(숀 펜)이 어린 시절을 더듬으며 엄격했던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빚은 갈등,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에 대한 그리움, 일찍 세상을 뜬 형제에 대한 기억들이 고통스럽게 소용돌이치는 이야기다. 멜릭 감독은 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신에게 구원을 바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주의적 질문을 던진다. 그만큼 이 작품은 깊은 사색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는 구도자에게는 복음서처럼 다가오겠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스토리텔러들에게는 갈 곳 잃은 이미지들이 방황하는 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