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파고'(Fargo, 1996년)는 여름에 보면 더 좋은 걸작이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면서, 얽히고 설키는 범죄 사기극이 손에 땀을 쥐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대뜸 '실화'라는 자막으로 겁을 준다. 하지만 이 또한 사기극이다. 사실은 모두 코엔 형제가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 코엔 형제는 "어차피 영화 자체가 허구아니냐"는 대답으로 뻔뻔한 사기극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과연 코엔 형제답다. 이 작품은 돈을 탐낸 소심한 사내의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이 피비린내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내용이다. 절묘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며 감탄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코엔 형제의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다. 여기에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언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