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샘 레이미 9

이블데드 (블루레이)

1980년대 비디오 가게에서 꼭 빌려봐야 하는 필수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주로 성인물 아니면 공포물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The Evil Dead, 1981년)다. 요즘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한 시각에서 보면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포영화였다. 마치 악령이 빠르게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듯한 낮은 앵글의 카메라와 삐딱하게 사선으로 기운 카메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끔찍한 효과음은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불어 넣으며 심장을 오그라붙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본 가장 끔찍하게 무서운 공포물"이라고 평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샘 레이미라는 젊은이와 주연배우인 브루스 캠벨을 일약 유명하게 만..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블루레이)

월트 디즈니의 오랜 꿈 중에 하나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쓴 유명한 동화 '오즈' 시리즈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월트 디즈니는 1930년대 준비를 했으나 MGM이 한 발 먼저 영화 판권을 사들이면서 무산됐다. 그래도 월트 디즈니는 포기하지 않고 1950년대 시리즈 중에 11번째 '오즈의 사라진 공주' 판권을 사들여 실사 뮤지컬로 제작했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는 완성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바람에 실사 뮤지컬 영화는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디즈니에서는 월트 디즈니 사후인 1985년 '리턴 투 오즈'로 처음 영화를 내놓았다. 그만큼 디즈니는 오즈 시리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Oz: The Great and Powerf..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모든 슈퍼 히어로물은 벤담의 공리주의에 기반한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한 양적 공리주의를 주장하며,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선행을 통해 개인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가진 자들의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부가 됐든 권력이 됐든 또는 지적,육체적 능력이 됐든 남보다 월등 많이 가진 사람들은 여럿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도덕적 책임감이 의무처럼 따른다. 스파이더맨이 쫄쫄이 의상을 입고 거미줄을 쏘고, 슈퍼맨이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하늘을 날며, 배트맨이 망토를 휘날리며 밤길을 내달리는 것도 공리주의에 입각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다른 표현들이다. 이는 곧 끝없는 이익 추구로 부의 집중을 용인한 자본주의가 못가진 자들을 무마하는 수단이..

영화 2012.06.30

퀵 앤 데드 (블루레이)

샘 레이미의 서부극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끄는 '퀵 앤 데드'(The Quick and The Dead, 1995년)는 암울한 죽음의 도시에 울리는 총소리의 교향악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처럼 총을 빨리 뽑으면 살고 늦으면 죽는 총잡이들의 1 대 1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형적 복수극이 주요 내용. 뻔한 내용을 채우는 것은 감각적인 영상.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이 공포 영화 '이블 데드'로 스타덤에 올라 훗날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명성을 쌓는 샘 레이미 감독이다. 아니나 다를까, 샘 레이미는 독특한 영상미를 발휘해 이 작품을 더 할 나위없이 감각적인 서부극으로 바꿔놓았다.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주인공 총잡이가 여자라는 점. 그것도 '원초적 본능'의 섹시 스타 샤론 스톤이다. 여기에 진 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