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부극 31

무숙자(블루레이)

테렌스 힐이 주연한 '튜니티' 시리즈는 국민학교 시절인 1970년대에 아주 유명한 서부극이었다. '내 이름은 튜니티' '튜니티라 불러다오' '아직도 내 이름은 튜니티' 등 그가 버드 스펜서와 형제로 등장하는 튜니티 시리즈는 당시 여타의 서부극과 다른 배꼽을 빼놓을 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코믹 서부극이었다. 그래서 70년대는 물론이고 80년대에도 설, 추석 연휴때마다 TV에서 시리즈를 자주 틀어주곤 했다. '무숙자'(My Name Is Nobody, 1973년)도 마찬가지. 헨리 폰다와 함께 테렌스 힐이 주연한 이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원안을 만들고 토니노 발레리가 감독을 맡았다. 악당들에게 쫓기는 전설적인 총잡이 잭(헨리 폰다)과 그를 추앙하는 젊은 떠돌이 노바디(테렌스 힐)가 귀신같은 총솜씨로 ..

황야의 7인 (블루레이)

예전에는 신년 연휴가 사나흘이었다. 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

툼스톤 2 (블루레이)

로엘 르네 감독의 '툼스톤 2'(Dead in Tombstone , 2013년)는 제목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OK 목장의 결투와 전혀 상관없는 영화다. 금광이 발견된 마을을 습격한 강도들과 이들을 해치우는 주인공의 대결을 다룬 서부극이다. 하지만 서부극만으로 단정짓기 애매한 부분은 판타지 요소가 결합됐기 때문. 지옥의 귀신이 더 많은 영혼을 잡아들이기 위해 주인공을 부활시켜 복수를 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황당한 스토리 만큼 내용이나 액션도 실망스럽다. 단선적인 복수극 위에 주인공의 요란한 총질을 슬로 모션 등을 섞어 잔뜩 멋부렸지만 인상적이지 못하다. 이야기 속에서 액션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지나치게 액션 장면의 묘사에만 치중했기 때문. 그렇다고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끌만큼 영상이 뛰어나면 모르..

햇필드와 맥코이 (블루레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햇필드와 맥코이 사건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남북전쟁 및 벌목 관련 이권을 둘러싸고 반목한 두 집안이 1880년부터 1920년까지 몇 십년에 걸쳐 싸운 이야기로, 어찌나 싸움이 심했던 지 두 집 안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물론이고 영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이를 케빈 코스트너가 제작, 주연을 맡고 케빈 레이놀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3부작 TV 미니시리즈로 만든 작품이 '햇필드 앤 맥코이'(Hatfields & McCoys, 2012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히스토리채널에서 지난해 방영해 2012년 케이블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닐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3부작은 1,43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실제 사건은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이 들..

장고 : 분노의 추적자 (블루레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년)는 주인공 이름과 주제가만 빌려 왔을 뿐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1966년에 만든 원작인 '쟝고'와 완전히 다른 영화다. 따라서 코르부치의 원작 서부극을 봤다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펄프픽션' '킬 빌' 등 재기 넘치는 타란티노식의 퓨전 서부극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 작품에서 겨냥한 것은 노예제에 뿌리를 둔 미국의 인종 차별이다. 내용은 도망 노예 신분에서 현상금 사냥꾼이 된 흑인 장고가 어디론가 팔려간 아내를 찾고 못된 백인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장르는 서부극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노예 인신매매부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인 큐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