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부극 3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서부극 보는 재미를 가르쳐 준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또 다른 하나는 배우 테렌스 힐이다. 둘 다 정통 서부극에서 비켜 선 스파게티 웨스턴 계열이지만 아메리칸 서부극이 줄 수 없는 재미를 줬다. 어린 시절에는 '하이 눈'의 진지함과 '역마차'의 웅장한 구도보다 오로지 무뚝뚝한 사내들의 현란한 총싸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을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장르인지를 알려줬고, 테렌스 힐은 '튜니티' 시리즈를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웃기고 신나는 장르인지를 가르쳐줬다. 그런 느낌은 나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후 미국 서부극들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마구 섞은 잡..

매그니피센트 7(블루레이)

서부극 '황야의 7인'이나 전쟁영화 '대탈주'는 어려서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봤던 영화 중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틀어주던 '특선영화'에도 여러 번 나왔는데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등은 두 작품 모두에 출연했다. 두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명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 두 작품은 마치 올스타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1960년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은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르스트 부흐홀츠 등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원작인 일본의 구..

헤이트풀8 (블루레이)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5년)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서부극이다. 타란티노의 서부극은 특이하게 흑인 건맨이 주인공이다. 전편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제이미 폭스가 복수에 나선 총잡이 장고로 나왔고 이번 작품에서는 새뮤얼 잭슨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특징은 타란티노 감독의 진보적인 시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부극하면 으례히 백인 총잡이들과 인디언들이 나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흑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단순히 흑인들의 출연 비중을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 주요한 역할을 맡겨 백인 중심주의적 역사관과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는 어려서부터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즐겨보고 흑인들과 어울려 자란 환경도 한 몫 했다. 197..

관계의 종말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들은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있다. 걸작 '관계의 종말'(Pat Garrett & Billy The Kid, 1973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서부극을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서정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다만 국내 제목을 누가 이렇게 바꿔 놓았는 지 모르겠지만, 황당한 제목이 작품의 진가를 가려 버렸다. 내용은 1850~8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무법자 빌리 더 키드와 그를 사살한 보안관 팻 개럿의 숙명적인 대결을 다뤘다. 언제나 그렇듯 페킨파 감독은 죽음의 순간을 특유의 슬로 모션으로 다뤘다. 숨 막히는 긴장의 순간 폭발하듯 총격전이 벌어지고, 선명한 붉은 피를 뿌리며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느리게 묘사한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무숙자2 (블루레이)

다미나오 다미아니 감독의 '무숙자2'(A Genius, Two Friends, and an Idiot, 1975년)는 기존 '무숙자'와 테렌스 힐의 인기에 편승한 작품이다. 전편과 연결지을 만한 고리는 테렌스 힐이 떠돌이 역할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귀에 익은 멜로디가 흐른다는 점 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3국이 합작해 만든 이 작품은 애석하게도 내용이나 배우들의 인지도 등이 전편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미 군대를 속여 빼돌린 돈을 인디언 보호를 위해 사용하려는 서부의 사기꾼들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용이 산만하고 황당하며 억지 웃음으로 일관해 몰입도를 떨어 뜨린다. 앉았다 일어났더니 의자에 금가루가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보고 황금에 눈이 먼 지휘관이 군대를 총출동시키는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