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부극 31

장고 : 분노의 추적자

1970년대 흑백TV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본 '쟝고'(http://wolfpack.tistory.com/entry/쟝고)는 기존 서부극과 많이 달랐다. 외래어 표기법 대로라면 '장고'가 맞지만 국내 개봉 제목은 '쟝고'(Django, 1966년)였다. 이탈리아의 좌파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만든 이 영화는 시작부터 음침하고 기괴한 주인공이 관을 끌며 나타났다. 영웅의 풍모가 풍겼던 기존 서부극 주인공과 달리 기괴한 느낌을 주던 주인공은 관 속에서 기관총을 꺼내 낙엽쓸 듯 적을 휩쓸었다. 거기에는 정통 서부극의 1 대 1 대결 대신 집단 학살극이 있었고, 처절하게 짓이겨진 주인공 위로 유명한 루이스 바칼로프가 만든 주제곡이 흘렀다. 프랑코 네로가 연기한 주인공과 무시무시한 기관총, 여기에 멋드..

영화 2013.03.23

돌아온 장고 - 장고 2

1966년에 나온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장고'(=쟝고, http://wolfpack.tistory.com/entry/쟝고)는 서부극의 한 획을 그은 걸작이다. 온통 검은 색 일색인 어두운 분위기의 고독한 영웅이 기관총을 휘둘러 적을 일거에 쓰러트리는 내용은 기존 서부극과 확실히 선을 긋는 독창성이 돋보였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유명한 루이스 바칼로프의 음악과 코르부치 감독의 사회 비판적 시각이 결합돼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넬로 로사티 감독이 만든 '돌아온 장고'(Django Strikes Again, 1987년)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기대에 미달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3류 싸구려 액션극이다. 캐릭터와 주연 배우만 같을 뿐 전작의 아우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아들을 동반한 검객 2

미스미 겐지 감독의 시리즈물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 국내에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2'(1972년)로 소개됐다. 겐지 감독은 1편이 성공하자 그 해에 4편까지 몰아치는 폭풍같은 연출력으로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갔다. 2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유모차에 아들을 태워 데리고 다니는 방랑 검객이 의뢰를 받아 적들을 해치우는 내용.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군대 수준의 떼거리로 덤비는 적들을 혼자서 상대한다. 이번 작품은 좀 더 노골적으로 서부극 흉내를 더 많이 냈다. 특히 1966년에 등장한 프랑코 네로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쟝고'를 많이 닮았다. 아예 악당이 쌍권총을 들고 등장하고 주인공도 한 순간 총을 사용한다. 특히 압권은 유모차에서 등장하는 개틀링건 수준의 기관총이다. 마치 쟝고가 관 속에서 기관총을 꺼내 ..

돌아오지 않는 강 (블루레이)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 1954년)은 섹시 심벌 마릴린 먼로가 나오는 이색 서부극이다. 왠지 서부극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먼로가 술집을 떠도는 가수 역으로 등장해 극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야기는 배신과 복수, 돈과 여인이 얽히는 정통 서부극의 본류를 충실히 따른다. 진짜인지 아닌 지 영화는 끝까지 설명을 하지 않지만 금광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도박꾼은 여인과 자신을 구해준 은인마저 배신하고 저 혼자 잘 살자고 떠나간다. 이를 주인공이 여인과 함께 찾아가서 혼내주는 내용이다. 액션도 정통 서부극처럼 우직하다. 스파게티웨스턴이나 요즘 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싱거울 수 있지만 억센 팔뚝 하나에 의지해 그레코로망형 레슬링을 하듯 엎치락 뒤..

조나 헥스 (블루레이)

중세 유럽에 전설 속 기사들의 활약을 다룬 모험담이 있다면, 역사가 일천한 미국에는 전설적인 총잡이들을 다룬 서부극이 있다. 그런 점에서 서부극은 미국식 판타지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서부극에 갖는 애착은 대단하다. 각종 영화는 물론이고 만화, 소설로 숱하게 형태를 바꾸어 양산돼 사랑을 받았다. 존 알바노가 이야기를 쓰고 토니 드주니가 그림을 그린 '조나 헥스'도 마찬가지. 1972년 첫 편을 시작으로 DC코믹스에서 출간된 이 만화는 92편까지 이어졌다. 이 작품은 서부극에 호러와 SF를 적절히 가미한 점이 특징. 여기에 주인공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선 반영웅, 즉 안티 히어로다. 악당들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은 흉하게 얼굴이 일그러진 몰골로 처절하게 복수를 일삼는다. 특이하게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