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강호 23

살인의 추억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년)은 우리 영화 중에서 걸작을 몇 편 꼽으라면 꼭 들어갈 작품이다. 탄탄한 내용과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훌륭한 영상, 애잔한 음악까지 이토록 완벽한 작품이 있을까 싶다. 김광림의 연극 '날 보러와요'를 각색한 이 작품은 그 해 500만명을 넘기며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내용은 19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 화성에서 6년간 10명의 부녀자가 죽은 연쇄강간살인사건을 다뤘다. '화성 연쇄 살인'으로 통하는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공소 시효를 넘겨 영구 미제 사건이 됐다. 봉 감독은 안개 속처럼 뿌연 사건의 한 가운데서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안타까운 심정에 초점을 맞춰 숨막히는 드라마로 그려 냈다. 어찌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지 절로 형사들의 심정에 ..

박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그런 작품이다. 박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 등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출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칸 영화제 진출 소식과 박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 등을 이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쓰리'도 그랬지만, 약간 비현실적인 판타지풍이 박 감독과 잘 안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철저한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성직자이면서 악마의 상징인 흡혈귀로 살아가는 남자와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

영화 2009.05.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SE)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한국판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다. 영화를 보면 김 감독이 세르지오 레오네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 이 장면에서 세 주인공의 풀 샷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영화 2008.07.22

괴물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은 다면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공상과학(SF)물이며 재난 영화다. 그렇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가족영화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끌어가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에게 어린 소녀를 납치당한 가족들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가족에 대한 철썩같은 믿음과 사랑 뿐인 평범한 소시민인 이들은 군대도, 경찰도, 심지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도 못해내는 일에 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국가도 해내지 못한 일을 가장 힘없는 소시민이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메타포다. 어찌보면 정치 권력과 제도에 대한 항거처럼 보인다. 특히 주한 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 고엽제를 연상케하는 에이전트 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