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강호 23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유괴범의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여인(이영애)이 출소 후 원래 범인(최민식)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흔치 않은 소재와 충격적 영상들로 점철돼 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갈등의 극단적 충돌과 폭발이다. 주인공들은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복수극을 펼친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갈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부분도 있지만 박 감독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이 같은 방법은 영상 표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 작품 속 이영애의 모습. 금자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감독의 이름을 알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은 찌는듯한 한여름 날씨처럼 권태롭고 답답한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수작이다. 유명하지 못한 소설가 효섭(김의성),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유부녀 보경(이응경), 그런 효섭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민재(조은숙), 묵묵히 민재를 짝사랑하는 민석(양민수) 등 등장인물들은 일과 사랑 어느 것 하나 쉽게 풀지 못하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영화전문기자 오동진은 이 영화를 가리켜 1990년대 들어와 꿈을 잃어버린 1980년대에 20대였던 세대를 다룬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면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꿈을 접은 1980년대 학번들을 다룬 노래다. 정태춘은 노래..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은 하드 보일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하드 보일드라는 말은 작가 더쉴 해미트의 추리 소설 이후 오랜만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본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많이 놀랐겠지만, 류승완 감독 말마따나 박찬욱의 본령이 바로 이 작품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올드보이'를 봐도 그렇고, 그는 잔혹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장기 밀매단에게 사기를 당한 청년(신하균)과 그에게 아이를 유괴당한 아버지(송강호), 아이 아버지에게 고문을 당하고 죽은 여자(배두나) 패거리의 3가지 복수가 맞물린 이 작품은 공포영화처럼 참혹하고 잔인하다. 복수에 불타는 사람들이 피구덩이 속에서 차례로 죽어가는 모습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