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친구들과 설악산에서 조난을 당한 적이 있다. 여러 번 혼자서 대청봉을 넘어서 자신했던 게 화근이었다. 오색쪽 가파른 길을 오르기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가벼운 비라 무시했다. 대청봉에 다다를 무렵에는 억수로 퍼붓기 시작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대청봉에 도착했지만 거기서 자고 가면 좋았을텐데, 비가 뜸하길래 다시 하산했다.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었다. 비는 다시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고 사방이 불어난 물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물길에 휩싸여 떠내려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덩쿨과 줄기, 바위 등에 매달려 기다시피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세상이 깜깜했다. 겨우 대피소를 찾아가 조난 신고를 했고 구조대가 수색 끝에 친구들을 찾아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당시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