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실화 37

127시간 (블루레이)

대학시절 친구들과 설악산에서 조난을 당한 적이 있다. 여러 번 혼자서 대청봉을 넘어서 자신했던 게 화근이었다. 오색쪽 가파른 길을 오르기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가벼운 비라 무시했다. 대청봉에 다다를 무렵에는 억수로 퍼붓기 시작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대청봉에 도착했지만 거기서 자고 가면 좋았을텐데, 비가 뜸하길래 다시 하산했다.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었다. 비는 다시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고 사방이 불어난 물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물길에 휩싸여 떠내려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덩쿨과 줄기, 바위 등에 매달려 기다시피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세상이 깜깜했다. 겨우 대피소를 찾아가 조난 신고를 했고 구조대가 수색 끝에 친구들을 찾아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당시 가장 ..

국가대표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 등 상업적으로 꽤 재미있는 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에 강하며, 그 속에 적절하게 휴머니티를 녹여낼 줄 안다. 웃음과 감동. 상업 영화의 흥행 코드 두 가지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국가대표'도 마찬가지. 그는 각양 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스키 점프라는 생소한 동계 스포츠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실제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물들이 잘 살아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개성이 뚜렷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들이 서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

영화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