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일랜드 9

레오나드 코헨 '라이브 인 더블린'(블루레이)

지금은 고인이 된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가수 Leonard Cohen은 외국어 표기 원칙대로라면 레너드 코헨이라고 써야겠지만 그보다는 예전 FM 방송에서 들려주던 대로 레오나드 코헨이라고 읽어야 정감있다. 1980년대 라디오 DJ들은 그의 노래를 틀면서 대체로 레오나드 코헨이라고 소개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나온 'I'm Your Man' 음반 때문이다. 그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첫 번째 트랙인 'First We Take Manhattan'부터 'Ain't No Cure For Love' 'Everybody Knows' 'I'm Your Man' 'Take This Waltz'까지 대부분의 곡들이 귀를 사로잡았다. 당시 그 음반에서 최대 히트곡인 'I'm Your M..

안젤라스 애쉬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중반, 토굴에 살던 아이들이 있었다. 머나먼 산골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그것도 강동으로 분류되는 곳 얘기다. 믿기 힘든 얘기일 수 있지만 지금의 서울중앙병원 자리에 높다란 언덕이 있었고, 그 경사면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입구를 구부리고 내려 가면 흙바닥에 무언가 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같은 반 친구를 따라 가봤던 그들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었다. 하도 강렬해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또렷이 기억나고, 아직도 코 끝에선 진한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코흘리개 시절이라 집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당시로서는 왜 그렇게 사는 지 의아했다. 그러니 맨날 웃통을 벗고 거의 반벌거숭이에 맨발로 다니던 아이의 모습이 생경할 ..

게리 무어와 친구들 'One Night in Dublin' Live (블루레이)

게리 무어(Gary moore)는 아일랜드 록 기타리스트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1952년생인 그는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69년 스키드 로우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게리 무어 밴드, 콜로세움 등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구인 필 리노트와 함께 록밴드 씬리지에 몸담았을 때였다. 특히 그가 참여한 씬리지의 'Black Rose' 앨범은 밴드 최고의 명반으로 꼽힌다. 그는 씬리지 투어에도 참가하는 등 필 리노트와 가깝게 지냈는데, 86년 1월4일 필 리노트가 폐렴으로 사망하며 더 이상 함께하지 못했다. 이 라이브는 필 리노트의 56번째 생일인 2005년 8월20일 더블린의 포인트 시어터에서 필 리노트를 추모하며 가진 헌정 공연이다. 게리 무어가 주축이 돼서 예전 ..

원스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John Carney)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원스'(Once, 2006년)는 올해 우리 영화계를 소리 없이 흔든 작품이었다.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약 3개월의 개봉 기간 동안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국내에서 개봉한 독립영화로는 사상 최대 관객 기록이다. 그만큼 '원스'의 저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소소한 일상에 묻혀있는 안타까운 사랑이다. 주목받지 못한 거리의 악사 청년과 가난한 체코 이민자 출신 여성이 만나 음반을 준비하며 사랑을 키우고 이를 가슴속에 묻어두는 과정이 이야기의 전부다. 존 카니 감독은 이를 근사한 음악으로 포장해 로맨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였다. 그래서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