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토니오 반데라스 10

데스페라도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데스페라도'(Desperado, 1995년)는 얼마나 잘 노는 지 보려고 멍석을 깔아줬더니 제대로 흥을 보여준 신명나는 놀이마당 같은 느낌이다. 마리아치 3부작 가운데 두 번째인 이 작품은 뜻하지 않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콜럼비아사가 작심하고 돈을 대서 만들었다. 덕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스티브 부세미 등 호화 배역진이 총출동해서 로드리게즈 감독의 재능을 한껏 빛내줬다. 재료가 좋으니,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빛을 발했다. 줄거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수에 나선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다. 설정만 비슷할 뿐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굳이 전작을 보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요란한 총질도 모자라 로켓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레전드 오브 조로

돌아온 '조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마틴 캠벨 감독이 만든 '레전드 오브 조로'(The Legend of Zorro, 2005년)는 졸지에 스파이물에 로맨스 코미디, 가족 영화가 뒤섞인 '스파이키드'다. 전작에서 춤과 칼솜씨로 매력을 뿜어낸 캐서린 제타 존스는 바가지나 긁는 아줌마가 돼버렸고, 난데없이 귀여운 꼬마가 가세해 어린 조로 흉내를 낸다. 여기에 '다빈치 코드' 이후 조류처럼 돼버린 이단 단체까지 등장해 미국을 사악한 권력의 손에 넘기려는 음모를 펼친다. 이쯤되면 조로는 더 이상 서민을 대신해 악당을 응징하는 홍길동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수퍼맨같은 존재가 돼버린다. 그만큼 과장된 이야기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액션도 요란하기는 하지만 전작만 못한 느낌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

맘보 킹

'데스페라도' '원스 어폰어 타임 인 멕시코' '에비타' 등을 보면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기타 연주 솜씨를 볼 수 있다. 그의 노래 실력이 할리우드 영화에 처음 공개된 작품이 바로 안 글림셔(Arne Glimcher) 감독의 '맘보 킹'(The Mambo Kings, 1992년)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오스카 이후에로스의 소설 'The Mambo Kings Play Songs of Love'를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195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쿠바 출신 음악가 형제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쇼 비즈니스계의 암투 등을 그렸다. 영화 내용보다 'Beautiful Maria of My Soul'이라는 노래가 유명하다. 반데라스의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와 아만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슈퍼비트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Once Upon A Time In Mexico, 2003년)는 영화를 만화와 오락처럼 극단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체로 생각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종일관 게임과 만화처럼 주인공들은 날고뛰며 총을 난사한다. 영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만화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다. 마치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가 잔혹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작품 역시 '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처럼 떠돌이 기타리스트 마리아치가 주인공이다. 1편을 제외하고 2, 3편은 뛰어난 노래와 기타 연주 실력을 선보인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가 주인..

슈렉 2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 2'(Shrek 2, 2004년)는 잘 키운 캐릭터가 얼마나 대단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앤드류 애덤슨(Andrew Adamson), 켈리 애스버리(Kelly Asbury), 콘래드 버논(Conrad Vernon) 세 명이 공동감독한 이 작품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풍자와 웃음 덕분에 전편보다 더 재미있다. 이번 풍자의 대상은 예전 영화들과 비벌리힐즈 거리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스파이더맨' '플래쉬댄스' '반지의 제왕' 등 갖가지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흉내 낸 영상과 비벌리힐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왕국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장화 신은 고양이, 프린스 챠밍, 대모 요정 등 새로 투입된 캐릭터들 또한 슈렉, 동키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