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드리언 브로디 8

미드나잇 인 파리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파리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1920년대 파리에 머물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년)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영화다. 그는 파리 곳곳의 아름다운 풍물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인 지를 보여준다. 파리를 가보지 않았거나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가이드영화다. 특히 촬영을 맡은 다리우스 콘지 감독은 거리를 거니는 관광객처럼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영상들을 편안하게 담았다. 어찌나 영상이 곱고 예쁜 지, 파리에 대한 없던 환상이 생길 듯 싶다. 그림만..

할리우드랜드

1959년 할리우드의 한 배우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주인공은 TV시리즈 '슈퍼맨'의 주인공인 조지 리브스. 강철의 사나이로 통하던 그의 죽음은 결국 자살로 결론이 났지만, 지금까지 타살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앨런 콜터 감독의 '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 2006년)는 실화인 조지 리브스 사건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감독은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사립탐정 시모어의 눈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영화는 자살과 타살의 가능성을 고루 보여주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유는 죽음보다 무서운 스타의 허망한 인기를 조명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거대 권력인 영화제작사가 도시를 주무르던 50년대, 제작사의 그늘에 가린 스타의 삶은 더 할 수 없이 비루하고 고독하다. 그 속에서 누리는 인..

킹콩 (LE)

킹콩을 처음 만난것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였다. 지금 알고보니 1933년 원작을 76년에 존 길러민이 감독하고 제프 브리지스와 제시카 랭이 출연한 리메이크작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마취액을 가득채운 거대한 함정에 킹콩을 유인해 사로잡은 다음 유조선에 태워서 뉴욕까지 데려가는 장면이었다. 유조선 벽을 킹콩이 후려치니 위에서 내려다보던 제시카 랭이 탱크 안으로 뚝 떨어지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리고 원작과 달리 킹콩은 지금은 테러로 사라진 국제무역센터에 기어올라 현대판 헬기랑 싸우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 원작처럼 공룡은 등장하지 않았다. 피터 잭슨 감독만큼 깊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장면들이 기억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피터 잭슨의 리메이크작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