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물의 재미는 수수께끼 풀이와 일맥 상통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뇌 플레이는 곧 제작진과 관객의 싸움이다. 한국의 탐정물을 표방한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은 그런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의 비밀을 푸는 탐정(황정민)과 그 일행(류덕환, 엄지원)의 활약을 다룬 스토리는 치밀했지만 관객과의 게임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선이 적절하게 스며들어간 이야기는 나름대로 탄탄해서 끝까지 영화를 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사건의 해결 과정이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 이유는 한가지, 추리극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추리극은 초반에 제시된 인물들 속에서 범인이 등장하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결코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