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엔니오 모리코네 15

시실리안

장 가방, 장 폴 벨몽도, 알랑 들롱은 1960, 70년대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3인방이다. 그 중에서 잘 생긴 알랑 들롱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단연 최고였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만든 영화가 앙리 베르누이 감독의 '시실리안'(The Sicilian Clan, 1969년)이다. 당시 수억 달러어치의 보석을 기발한 방법으로 강탈하는 갱들의 이야기다. 꽃미남 배우 알랑 들롱을 비롯해 우리로 치면 최불암 같은 국민배우인 장 가방에 리노 벤추라까지 출연해 당시로선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배우도 배우지만 스토리가 지금봐도 기발하고 탄탄하다. 어거스트 르 브레통의 소설이 원작인데, 여기 소개된 경찰 호송차를 뜯고 달아나는 방법과 보석을 탈취하는 수법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를 느와르에 일가견이 있는 앙리..

속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1965년)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의 속편이다. 국내 극장 개봉 제목은 '석양의 건맨'으로 비디오 출시 제목과 다르다. 이 작품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무법자 3부작 시리즈 중의 하나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범을 이룬 명작이다. 내용은 현상범을 쫓는 두 명의 바운티 헌터가 은행강도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살인과 학살을 신사도와 정의로 가장한 할리우드 서부극과 달리 스파게티 웨스턴은 돈을 좇아 몰려든 사내들의 혈투..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로리타(애드리안 라인판)

고교시절 모음사에서 나온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로리타'를 읽은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모음사에서 나온 프레드릭 포사이드 소설에 빠져있을 때여서 시리즈를 몽땅 구입했더니 같은 출판사에서 '로리타'를 사은품으로 보내줬다. 그때는 나보코프와 로리타 콤플렉스도 모르던 시절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하지만 두툼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지루해 괜히 읽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나보코프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세밀한 상황 묘사를 따라갈 만큼 이해의 폭이 깊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소설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플래시 댄스' '나인 하프 위크'로 유명한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 감독이 1997년 만든 '로리타'(Lolita)는 스..

석양의 무법자 (CE)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년)는 영화보다 "빠라빠라 바~"로 이어지는 주제곡으로 더 유명하다.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한 주제곡은 독특한 멜로디와 더불어 서부극의 상징이 됐다. 영화는 원제가 말해주듯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리 반 클리트(Lee Van Cleef), 일라이 왈라치(Eli Wallach) 등 세 배우가 연기한 악하고 선하고 추한 개성이 뚜렷한 세 인물이 숨겨놓은 금화를 둘러싸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레오네 감독은 추리극을 연상케 하는 줄거리와 독특한 캐릭터, 장대한 풍경이 펼쳐지는 영상으로 서부극도 한 편의 서사시가 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