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엔니오 모리코네 15

무숙자(블루레이)

테렌스 힐이 주연한 '튜니티' 시리즈는 국민학교 시절인 1970년대에 아주 유명한 서부극이었다. '내 이름은 튜니티' '튜니티라 불러다오' '아직도 내 이름은 튜니티' 등 그가 버드 스펜서와 형제로 등장하는 튜니티 시리즈는 당시 여타의 서부극과 다른 배꼽을 빼놓을 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코믹 서부극이었다. 그래서 70년대는 물론이고 80년대에도 설, 추석 연휴때마다 TV에서 시리즈를 자주 틀어주곤 했다. '무숙자'(My Name Is Nobody, 1973년)도 마찬가지. 헨리 폰다와 함께 테렌스 힐이 주연한 이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원안을 만들고 토니노 발레리가 감독을 맡았다. 악당들에게 쫓기는 전설적인 총잡이 잭(헨리 폰다)과 그를 추앙하는 젊은 떠돌이 노바디(테렌스 힐)가 귀신같은 총솜씨로 ..

일대종사 (블루레이)

원래 쿵후(功夫)는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서 숙달하는 것을 말한다. 쿵후의 시조는 16세기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인도에서 온 선승 달마대사가 꼽힌다. 멸청복명의 쿵후 중국 소림사에 당도한 달마대사는 성격이 완고해 승려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근처 동굴에서 9년을 혼자 살았다. 70세 노인이 돼 소림사에 돌아온 달마대사는 승려들이 수양 중에 조는 모습을 보고, 수양만 하다가 체력이 부실해진 승려들을 위해 신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을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쿵후의 시작이다. 물론 쿵후는 출발이 그렇듯, 싸움 동작도 포함돼 있지만 무술이라기보다는 생명력의 근원인 기를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 주먹으로 말아쥔 오른손을 쫙 편 왼손 바닥에 붙이는 쿵후식 인사법은 원래 해와 달을 상징한다. 바로 한자의 명(明)..

피아니스트의 전설 (블루레이)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쓴 모노드라마용 희곡 '노베첸토'는 독특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 대서양을 오가는 여객선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고 평생을 산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의 이야기다.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만큼 시종일관 피아노 연주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내용도 특이하지만 등장하는 배우도 단 두 명, 피아니스트와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맥스 뿐이다. '시네마천국'(http://wolfpack.tistory.com/entry/시네마천국-블루레이), '말레나'(http://wolfpack.tistory.com/entry/말레나-무삭제판-블루레이) 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에 끌려 영화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

시네마천국 (블루레이)

어려서 극장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가는 곳이었다. 어쩌다 아버지가 초대권을 얻어 오시면 어머니나 할머니 손을 잡고 동네 동시상영관을 찾았다. 그렇게 '로보트 태권V'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전자인간 337' '황금날개 1 2 3'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학교 친구들을 만나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고, 그마저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은 아무말 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그것이 얼추 40년 전 일이 돼가니 빛바랠 때도 됐는데, 영상이나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비롯됐던 동네 동시 상영관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아벤고 공수군단'의 정윤희를 만나고 나면 잠시 후 '맹룡과강'의 이소룡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벤허'의 찰튼 헤스톤과 '드라큐..

말레나 : 무삭제판 (블루레이)

"운명적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Malena, 2000년)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다. 이 대사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쟁이란 가혹한 조건에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 살아남는 이야기다.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주인공 말레나는 너무 아름다워 마을 남자들의 동경을 받지만 그만큼 여인들의 질시 속에 가게에서 빵조차 살 수 없어 굶주리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지만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독이기도 한 셈이다. 비단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말레나를 시기하던 여인들은 결국 그의 미모 때문에 상처받고 증오와 분노를 퍼붓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과거를 되돌아 보는 토르나토레 감독은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