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50

비 내리는 오타루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는 기쁨 못지않게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크다. 북해도(홋카이도)의 예쁜 마을 오타루 여행이 그랬다. 올해 2월, 아내와 함께 찾았던 오타루는 펑펑 내리던 눈 속에 파묻힌 동화책 속 그림같은 마을이었다. 10월에 다시 찾은 오타루는 눈 대신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아니 오니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오타루는 역시 겨울 마을이었다. 고드름이 열매처럼 매달린 창고들이 늘어선 운하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서있던 예쁜 집들. 그리고 발자국이 곱게 찍히던 길과 따뜻한 커피, 달콤한 슈크림빵이 있던 마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당장이라도 나카지마 미호가 나타나 영화..

여행 2008.10.03

온천의 고장 노보리베츠

북해도(홋카이도)를 다시 찾게 됐다. 2월에 다녀갔으니, 7개월 만이다. 북해도는 아무래도 설국인 만큼, 겨울에 다녀가는 것이 제 맛이지만 단풍이 든 가을도 색다른 느낌이다. 2월에 왔을 때에는 일정상 노보리베츠를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방문하게 돼서 다행이다. 원래 북해도는 일본과 별도로 아이누 민족의 땅이었지만 메이지 유신때 속국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노보리베츠로 향하던 길에 시라오이에 있는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찾아갔다. 이곳은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백인이 정복한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에 가깝다. 아이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 지 보여주는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 볼 것이 없고 싱겁다. 정작 이 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하얀 백구와 그림같은 호수였다. 맑은 하늘아래 끝간데없이 ..

여행 2008.10.01

호치민 시티 - 응에안 빈시티 (베트남)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 왔다. 베트남 호치민시티까지 인천국제공항서 비행기로 약 6시간 걸린다. 불편한 것은 대한항공의 경우 밤 비행기밖에 없다는 것. 인천서 뜨는 것은 저녁 7시40분, 호치민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밤 11시50분 비행기 뿐이다. 호치민시티는 월남이 패망하기 전까지 사이공으로 불리던 곳이다. 한때 월남의 수도였지만 패망이후 베트남의 수도는 옛 월맹지역이던 하노이로 바뀌었다. 탄 손 나트 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 후끈하면서 끈적한 열기가 온 몸을 감쌌다. 섭씨 37도. 에어컨이 없으면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베트남에서는 양호한 기온이다. 한마디로 베트남은 인도 다음으로 갑갑한 곳이다. 덥고 습한 날씨, 무질서가 판치며 막무가내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

여행 2008.06.01

벨라지오 호텔 at 라스베가스

북미통신전시회(CTIA)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그동안 일 때문에 셀 수 없을만큼 라스베이거스를 드나들었지만 이번에 찾은 라스베이거스는 조금 달랐다. 거리 곳곳에 새로 짓고 공사하는 호텔이 많아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경관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에 묵은 벨라지오 호텔을 비롯해 플래닛할리우드 등은 주변에 콘도, 컨벤션센터 등을 새로 올리며 대규모 단지로 변신중이었고 벨라지오 바로 옆에도 호텔을 새로 짓고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은 과거에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호텔로 꼽히던 곳이었으며 영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촬영한 명소다. 요즘은 윈(wynn)이라는 호텔에 최고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벨라지오의 명성은 높다. 벨라지오가 유명한 이유는 고풍스런 호텔 분위기와 화려한 분수쇼도 있지만 호텔 주인..

여행 2008.04.04

삿포로 - 북해도의 심장

북해도, 즉 홋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의 섬이다. 섬이라고 해서 제주도만한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남한 전체면적보다 크다. 4월까지 눈이 온다는 이곳은 겨울은 물론이고 봄에도 스웨터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날이 차다.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4월이야기'를 보면 홋카이도 출신인 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도쿄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스웨터를 입고 등교했다가 놀림을 받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러브레터' '4월이야기'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북해도에 대한 애착을 여러번 드러냈다. 바로 그 북해도의 심장이 삿포로다. 북해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삿포로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 걸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한 뒤 JR기차로 다시 35분 가량 가야 한다. 삿포로 자체는 그다지 볼..

여행 200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