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우디 해럴슨 11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

스캐너 다클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2006년)는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다. 즉, 실사로 촬영한 영상 위에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움직임이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점이 장점이지만, 실사 영화를 찍어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두 번의 손이 가는 만큼 오래 걸린다. 감독의 전작인 '웨이킹 라이프'가 같은 방법으로 제작됐는데, 그때 재미있게 봐서 이 작품도 보게 됐다. 원작은 유명한 SF소설가인 필립 K 딕의 동명소설. 근 미래의 사회에서 사람의 두뇌를 파괴하는 마약을 쫓는 수사관과 마약 중독자들의 이야기다. 마약 중독 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상황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필..

래리 플린트

래리 플린트만큼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플레이보이'와 쌍벽을 이루는 도색잡지 '허슬러'를 창간해 억만장자가 됐고,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갔으며 콘돔 착용에 반대하고 숱한 포르노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그를 정말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미국의 저명한 목사 제리 폴웰과 벌인 법정 다툼이다. 그는 허슬러지에 폴웰 목사가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패러디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는 문구를 넣은 술 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분노한 폴웰 목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플린트를 고소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싸움 끝에 법정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 줬다. 이유는 수정헌법 1조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당시 미국 대법원은 "공무원이나 공적 ..

프레리 홈 컴패니언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이단아로 꼽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그만의 연출 스타일이 있다. 여러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연기의 합을 이루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식이다. 앙상블영화로 불리던 알트만 스타일을 고집했던 이유는 "한 장소에 인간들을 몰아넣고 기다리면 저절이 상황이 벌어진다"고 믿었기 때문. 이 같은 그의 스타일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유작인 '프레리 홈 컴패니언'(A Prairie Home Companion, 2006년)이다.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81세라는 고령에 이 작품을 만든 알트만은 그해 11월 암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영화는 실제 진행 중인 라디오 생방송을 소재로 삼았다. 극중 진행자로 나오는 게리슨 케일러가 1974년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시작한 동명의 라디오쇼는 40년..

올리버 스톤의 킬러 - 무삭제 감독판 (블루레이)

1995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든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1994년)가 국내 개봉할 때 말이 많았다. 94년 미국 개봉 때도 영화협회 심의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갈 만큼 폭력성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워너는 95년 초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에 이 영화의 수입 심의를 신청했으나 잔인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3월에 제목을 '내추럴 본 킬러스'에서 '올리버 스톤의 킬러'로 바꿔 재심의를 신청해 통과했다. 이를 두고 우리 영화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 영화계는 "공윤이 폭력 심의를 강화한다며 우리 영화 '해적'은 무참히 가위질해놓고 이보다 훨씬 폭력적인 외국 영화 수입을 허용했다"며 공윤을 비난했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토록 말이 많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