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윌렘 데포 13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블루레이)

소설 '타잔'의 원작자인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스는 1900년대 초반 연필깎이 판매원으로 일했다. 그는 연필깎이 광고가 실린 잡지를 더러 집에 가져와 읽곤 했는데, 잡지에 실린 형편없는 대중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35세 나이에 처음 쓴 소설이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다. 처음에는 망신을 당할까봐 노먼 빈이라는 필명으로 '화성의 달 아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버로우스는 '타잔'의 영화화로 돈을 번 뒤 존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총 11편을 써내 SF판타지 문학의 효시가 됐다. 우주선을 뜻하는 '스페이스십'이란 단어도 원작 소설에 처음 등장했고 여러 종족이 어우러진 외계 생태계와..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다이안 레인은 1980년대 소피 마르소,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아주 있기 있는 아이돌 스타였다. '스크린'이나 '로드쇼' 같은 영화잡지 표지는 물론이고 코팅 책받침 등으로 꽤나 팔려 나갔다. 그 중에서 다이안 레인의 매력이 빛난 작품이 바로 월터 힐 감독의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Strees of Fire, 1984년)다. 다이안 레인이 가수로 나온 이 작품은 록음악과 모터사이클, 총싸움, 거기에 전형적인 마초 주인공까지 당시 열혈청년들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내용은 공연장에 무지한 갱들이 들이닥쳐 여가수를 납치해 달아나자, 정의의 주인공이 구출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의 영화를 매력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월터 힐 감독이다. 샘 페킨파 감독의 '겟어웨이' 각본을 쓴..

광란의 사랑 (블루레이)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 1990년)은 충격적인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빗 린치 감독의 초기작이다. 제목 그대로 남녀 주인공의 거침없는 사랑에 얽힌 모험담이다. 그러나 남녀 주인공인 세일러(니콜라스 케이지)와 룰라(로라 던)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름답고 가슴아픈 사랑이 아니다. 둘의 사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피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며 폭력과 피로 점철된다. 데이빗 린치가 본 90년대 청춘 남녀의 사랑은 그런 식이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광기로 가득차다보니 사랑 또한 결코 순애보일 수 만은 없었던 것.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데이빗 린치가 불신과 광기로 가득찬 90년대 미국의 청춘들에게 바치는 송가다. 언제나 그렇듯 데이빗 린치 특유의 불편하고 잔혹한 폭력 장면과 ..

플래툰 (블루레이)

대학 시절에 개봉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Platoon, 1986년)은 전쟁 영화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은 걸작이다. 당시까지 월남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이나 '디어 헌터'처럼 자아 상실 아니면 대부분 미군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달랐다. 미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헤메거나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병영에 틀어박혀 대마초 아니면 술로 공포를 잊고, 전장에서는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움츠리고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선과 악이 갈린다는 점. 미군들은 베트남 양민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이를 말리는 일부 병사들과 대립한다. 같은 소대 병사면서도 대립하는 엘리어스(윌렘 데포)와 반즈(톰 베린저..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로완 앳킨슨이 창조한 미스터 빈은 코미디 분야에서 손꼽을 만한 성공적인 캐릭터다. 1990~95년 영국 BBC에서 TV시리즈로 방영한 '미스터 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과 영화 '빈'으로 재탄생했다. 스티브 벤디랙 감독이 만든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프랑스 여행상품권에 당첨된 빈이 말이 안통하는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각종 소동을 그렸다. 영화는 여정을 함께하는 소년과 단역 여배우가 동행하면서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띤다. 소년과 여자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키드' '라임라이트' 등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닌게 아니라 로완 앳킨슨의 코미디는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웃기는 무성 영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스크류볼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