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범수 9

몽정기

정초신 감독의 '몽정기'(2002년)는 성장기 청소년들이 한창 가질 만한 성적 호기심을 다룬 성장 영화다. 중학생들이 교생을 둘러싸고 꿈꾸는 성적 판타지가 주된 내용이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내용은 화장실 코미디로 흐른다. 2002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을 배경으로 다룬 이유는 요즘 아이들이 훨씬 더 조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초등학생때부터 성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셈. 그래서 80년대 후반 아이들을 택한게 아닐까 싶은데, 그러고보면 그 시대 아이들이 더 순진했던게 아닐까 싶다. 하긴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기껏해야 빨간 책으로 통하던 야한 만화나 소설 나부랭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도색..

음란서생 (한정판)

김대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음란서생'(2006년)은 참으로 재치있는 작품이다. 야설, 동영상, 댓글 등 현대적인 요소들을 사극에 절묘하게 대입한 솜씨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김탁환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정교하게 구성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또 감칠맛나는 대사도 매력적이다. 꽤나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사들을 보면 김 감독은 소설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사대부 집안의 관리가 우연히 음란소설을 접하면서 졸지에 야설 작가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 관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왕의 여인인 후궁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어찌보면 감독은 음란이라는 주제를 통해 금기시된 모든 것들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기도 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버젓이 드러낼 수 없는 음란..

슈퍼스타 감사용

1982년은 변화가 참 많은 해였다. 처음으로 중고생들의 두발 자유화가 허용돼 이전까지 머리를 박박 깎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친구'처럼 훅을 채우는 일본식 교복을 계속 입어야 했다. 그해 1월부터 밤 12시 이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통행금지가 해제됐다. 그해 여름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에서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LP판을 보면 소용돌이의 '보랏빛 안개' '나빠' '님의 눈물' 등이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배출된 보석 같은 노래들이었으며 우순실의 '잃어버린 장미' 역시 그해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처음으로 프로야구라는 게 생겼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손바닥만 한 '야구 대백과'라..

안녕 유에프오

올해 1월 개봉한 김진민 감독의 데뷔작 '안녕 유에프오'는 맹인 여성과 버스 운전기사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문제는 어설픈 웃음과 곱기만 한 사랑. 코미디와 로맨스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얘기. 이은주는 시각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로 일관했고 이범수, 봉태규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은 제대로 능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전인권의 특별출연은 빛이 바랬다. DVD는 영화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 본편은 한국영화 치고 무난한 화질. 잡티와 스크래치, 플리커링이 보인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간히 서라운드 효과를 발휘. 무엇보다 비 내리는 장면에서 전후방 스피커를 가득 메우는 빗소리 덕분에 공간감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