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은 '친구'에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소진한 모양이다. 그 후에 나온 '챔피언' '똥개' 등에서는 더 이상 '친구'처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태풍'(2005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감정과잉의 신파 드라마처럼 보인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한 교과서적인 군인들의 대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난사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소소한 에피소드에 머물기 때문이다. 곽감독은 실향민인 아버지에게서 영화 제작의 동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려 180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