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정재 12

태풍

곽경택 감독은 '친구'에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소진한 모양이다. 그 후에 나온 '챔피언' '똥개' 등에서는 더 이상 '친구'처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태풍'(2005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감정과잉의 신파 드라마처럼 보인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한 교과서적인 군인들의 대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난사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소소한 에피소드에 머물기 때문이다. 곽감독은 실향민인 아버지에게서 영화 제작의 동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려 180억..

시월애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2000년)는 영상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색을 중시하는 이현승 감독답게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장면들이 그림 같다. 내용은 집 앞에 세워놓은 우체통을 통해 1998년에 사는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에 사는 여자 은주(전지현)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뒤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줄거리도 완성도가 높고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표현된 집이 꿈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 출연한 이정재는 영화 속 집 이름인 '일 마레'에 반해 똑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제대로 못 살렸다. 불과 5년 전 작품인데도 마치 50년 지난 작품처럼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