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은 '친구'에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소진한 모양이다.
그 후에 나온 '챔피언' '똥개' 등에서는 더 이상 '친구'처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태풍'(2005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감정과잉의 신파 드라마처럼 보인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한 교과서적인 군인들의 대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난사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소소한 에피소드에 머물기 때문이다.
곽감독은 실향민인 아버지에게서 영화 제작의 동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려 180억원이 넘게 들어간 제작비는 도대체 어디에 쓰였는 지 돈 쓴 흔적을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태국과 러시아의 이국적인 풍물을 제대로 잡아낸 것도 아니고 '타이타닉'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입이 딱 벌어지는 해양 액션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이쯤되면 감독의 연출력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비단 '태풍'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렇고 분단 민족의 비애를 다룬 작품들은 '쉬리'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에서 다루려는 주제가 '친구'처럼 선험적 정서가 아닌 피상적 감상에 머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이 우리 감독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무난한 화질이다.
살짝 링잉이 나타나고 암부 디테일도 떨어지지만 별다른 노이즈는 없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돋보인다.
특히 묵직한 저음은 부밍이 일 정도이며 총소리는 집이 울릴 만큼 요란하다.
다만 음성해설에서 영화 대사음이 너무 커서 곽감독과 이정재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게 흠이다.
<파워 DVD 캡처 샷>
해적 씬을 맡은 장동건은 이번 작품을 위해 7kg을 감량하고 수상동력기 조종면허까지 취득했단다.
이번 작품은 태국의 크라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등 여러 군데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컷 런스 딥'으로 처음 얼굴을 알린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이 작품에서 장동건을 돕는 해적 쏨차이로 등장한다. 배역이 잘 어울렸다.
해적이 된 탈북청년 장동건을 쫓는 해군 대위 역의 이정재는 바른 군인역할을 열심히 소화했으나 '배달의 기수'같은 촌스러운 대사 때문에 빛을 못봤다.
한반도를 뒤덮을 핵폐기물을 싣고 있는 폐선박 '태풍'호는 40명의 인부들이 1주일 동안 녹이 슨 표현을 일일이 물감으로 입혀서 만들었다. 국제해양법상 영화처럼 녹이 슨 선박은 운항할 수 없다.
무모한 작전에 동원되는 헬기와 막판 구축함 등은 사실 모두 태국군 소유다. 태극마크는 미술팀이 그려서 붙였고 구축함의 태극기는 CG로 태국 국기를 고쳐서 표시했다.
핵폐기물을 가득 담은 헬륨 풍선은 CG가 아닌 실사 촬영이다.
태풍에 휩쓸린 선박 속 결투는 시뮬레이터에 쓰이는 짐벌 위에 400평 규모의 세트를 올려놓고 상, 하, 좌, 우로 흔들며 촬영했다. 쏟아지는 폭우는 지하수를 퍼올려 비처럼 뿜었다.
해적을 습격한 해군 특공대의 전투 장면은 화재 위험 때문에 실제 선박이 아닌 세트에서 촬영.
이 작품은 실제 태풍과 인연이 깊다. 태국 촬영이 끝나고 철수한 다음날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가 몰아쳤다. 곽 감독은 "운이 좋았다"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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