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재난영화 8

연가시

이 영화를 보고나면 강원도 계곡에 놀러가기가 찜찜할 것 같다. 하필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강원도 계곡의 물놀이에서 시작되기 때문.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2012년)는 공포영화가 아닌 재난영화다. 곤충의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이 사람의 몸에 파고 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존재하는 기생충인 연가시를 다룬 점이 돋보였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사는 기생충으로,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곤충이 물 속으로 뛰어들에 자살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징그러운 촌충처럼 묘사됐는데, 실제로 2미터까지 자란 연가시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재난영화의 흥행요소를 고루 갖췄다. 제작진 또한 재난영화의 흥행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며 안전하게 영화를 이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영화 2012.07.25

포세이돈 어드벤쳐 (블루레이)

1970년대에는 '대지진' '타워링' '에어포트' 등 재난영화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중에서 로널드 님 감독의 '포세이돈 어드벤쳐'(The Poseidon Adventure, 1972년)는 대형 재난 영화의 원형 같은 작품이다. 인기 TV 시리즈를 만들던 걸출한 기획자 어윈 앨런이 제작한 이 작품은 타이타닉호처럼 대형 유람선이 거대한 파도를 만나 전복되면서 생존자들이 탈출하는 내용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생존담을 다룬 볼거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얽힌 드라마를 적절하게 섞은 구성은 훗날 이어지는 재난영화의 전범이 됐다. 원래 이 작품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다. 이 작품을 만든 20세기 폭스사는 '헬로 돌리' '스타' '닥터 둘리틀' 등 일련의 뮤지컬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적자..

2012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재난 종합 세트같은 영화다.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한 현상이 2012년에 나타나면서 지구에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까지 온갖 재앙이 모두 겹친다. 개별 작품에서 다뤄도 벅찬 재난들을 한 작품에 몰아 놓았으니 볼거리가 요란하다. 땅이 갈라지고 불길이 치솟고, 해일이 덮치는 것도 모자라 히말라야가 물바다로 변한다. 얼마나 요란하던지 2시간 30분의 상영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만큼 볼거리는 풍부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감쪽같이 꾸민 재난은 실로 장관을 이룬다. 엄청난 규모의 재난 장면을 보면 돈의 싸움인 재난 영화만큼은 할리우드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해운대'가 드라마에 승부를 건 것도, 볼거리가 기대에 못미쳤던 것도 결국 돈의 싸움에서 ..

영화 200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