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우성 12

아수라 (블루레이)

김성수 감독은 화끈한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그의 영화들은 남자들의 호쾌한 싸움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거친 폭력 묘사에 일가견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영화들에 잔혹한 세부 묘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잔혹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앞뒤 정황 등이 그런 연상을 하게 만든다. '아수라'(2016년)도 그런 영화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권력자들이 얽혀서 처절하게 피 흘리며 지독하게 물고 뜯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지독한 싸움꾼들이다. 각종 이권에 눈이 멀어 마약 밀매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부패한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

감시자들 (블루레이)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한 '감시자들'(2013년)은 철저한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홍콩의 유내해 감독이 만든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무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겼다.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서울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며 기억력이 좋은 경찰들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범죄 용의자들을 하루 종일 미행하는 경찰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주관제센터 같은 감시반 풍경이 보기에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모두 가짜다. 경찰에는 실제 이런 조직이 없다. 더러 경찰청 본청 산하의 범죄정보과를 유사조직으로 언급하지만 역할과 기능이 영화와 전혀 다르다. 조현오 전 청장이 2011년 신설한 범죄정보과는 굵직한 정치, 경제계 정보를 내사해 범죄 사실이 발견되면 관련 수사팀에..

호우시절 (블루레이)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2009년)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시 같은 영화다. 갑자기 내린 비처럼 우연히 그리운 사람을 만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보면 '그 길위로 그리움의 향기가 가득 피어난다'는 싯구가 생각난다. 둘이 걸으며 추억을 쌓았던 길을 혼자 걷는다면 남는 것은 그리움 뿐이기 때문이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도 생각난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법한 일도 세상에는 많기 때문. 그런 점에서 영화는 시처럼 수필처럼 흘러간다. 다만 문학과 다른 점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훗날 둘의 미래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채로 열린 결말로 맺었다. 그만큼 긴 호흡의 안정적 여백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등에서 보여준 별다른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SE)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한국판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다. 영화를 보면 김 감독이 세르지오 레오네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 이 장면에서 세 주인공의 풀 샷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영화 2008.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