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우성 12

데이지 (감독판)

곽재용 감독이 극본을 쓰고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지'(2006년)는 장편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엉성하지만 촬영감독 출신의 유위강이 잡아낸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류의 연애소설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여인을 둘러싸고 살인청부업자와 국제경찰인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 영상만큼은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하게 잘 찍었다. 특히 '화양연화'에서 가슴을 아리게했던 음악을 만든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담당한 음악이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다. DVD는 20분 가량 추가된 감독판과 극장판을 모두 수록했다. 그런데 감독판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년)는 젊은 여인이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최루성 멜로물이다.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감성적 영상과 손예진, 정우성 두 스타 덕분에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했다. 원래 멜로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감독은 데뷔작 '컷 런스 딥'의 흥행 실패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제작사 싸이더스 측의 제의로 이 작품을 맡았다. 이감독은 처음 시도한 멜로물로 대성공을 거뒀다. 촬영에도 일가견 있는 이감독의 감각적 안목 덕분이다. 그의 탁월한 영상 감각은 그동안 숱하게 작업한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이 입증한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옥에 티다. 흥행 성공 후 이감독은 극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감독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