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내 머리속의 지우개

울프팩 2005. 4. 1. 13:16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년)는 젊은 여인이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최루성 멜로물이다.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감성적 영상과 손예진, 정우성 두 스타 덕분에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했다.

원래 멜로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감독은 데뷔작 '컷 런스 딥'의 흥행 실패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제작사 싸이더스 측의 제의로 이 작품을 맡았다.
이감독은 처음 시도한 멜로물로 대성공을 거뒀다.

촬영에도 일가견 있는 이감독의 감각적 안목 덕분이다.
그의 탁월한 영상 감각은 그동안 숱하게 작업한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이 입증한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옥에 티다.

흥행 성공 후 이감독은 극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감독판 DVD로 대신했다.

 

마치 한풀이하듯 20여분을 늘린 감독판은 내러티브가 그만큼 풍부해져 이야기 흐름이 부드러워졌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잡티가 약간 보이지만 샤프니스도 괜찮고 색상이 분명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라 팔로마' 등 배경음악이 깔릴 때 서라운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한다.

함께 실린 극장판 DVD에 감독과 배우, 감독과 음악감독을 맡은 부활의 김태원이 함께 한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장판과 달리 감독판은 정우성이 기차역에서 오광록을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극장판에서 제외됐다.
이 영화는 손예진을 위한 영화다. 마치 손예진 영상집을 찍듯 유독 그를 화사하게 잡았다.
조명과 색감을 살리기 위해 스모그를 뿌리고 촬영한 장면.
양념처럼 등장한 조연들. 현영 옆에 서있는 단발머리 아가씨는 배우가 아닌 실제 손예진의 친구.
정우성이 성공한 건축가가 돼서 인터뷰 연습을 하는 장면도 극장판에서 삭제됐다.
김부선이 정우성에게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장면 또한 극장판에서 볼 수 없다.
'컷 런스 딥' 출연 후 얼굴이 알려져 CF모델로 더 많이 활동한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이감독의 친구다.
이 작품은 각 장면을 떼어놓고 봐도 좋을 만큼 감각적 영상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영상이 예쁘다는 소리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포장에만 집착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이감독은 후반 작업 중 비슷한 소재의 '노트북'이 미국에서 개봉돼 걱정을 많이 했다. 극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손예진 때문에 온 집안이 메모지로 가득하다.
멜로물을 처음 했다는 정우성의 연기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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