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무간도(트릴로지 박스세트)

울프팩 2005. 3. 27. 12:58

마이자우후위(麥兆輝)와 리우웨이창(劉偉强)이 공동 감독한 '무간도'(無間道 2002년)는 홍콩 누아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뒤를 받쳐주는 작품들이 없는 탓에 1980년대 말의 홍콩 누아르처럼 열풍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홍콩 누아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경찰과 범죄조직 삼합회에 각각 스파이를 심은 양쪽 집단이 끊임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힘입어 홍콩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 피트 등을 기용해 리메이크 작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시나리오다.
마이자우후위 감독과 장웬지앙(庄文强)이 함께 쓴 시나리오는 총싸움과 액션에 의존한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두뇌 플레이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 무식한 액션에 의존한다는 홍콩 누아르의 식상한 이미지를 벗고 홍콩 영화도 탄탄한 구성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량차오웨이(梁朝偉), 류더화(劉德華) 등 홍콩의 간판급 스타들은 물론이고 황치우셩(黃秋生), 쩡즈웨이(曾志偉) 등 개성 있는 조연들의 노련한 연기와 크리스토퍼 도일(Christopher Doyle)의 촬영이 더해져 훌륭한 작품이 됐다.

'무간도 3부작 DVD 박스세트'에 포함된 1편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리마스터링을 거친 1편은 화질이 '쿵후허슬'만큼은 아니지만 홍콩 영화치고 괜찮은 편이다.

음향은 광둥어 DTS 및 돌비디지털 5.1 채널, 북경어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광둥어 DTS 트랙은 발군의 음향을 들려준다.

박력 있는 저음과 섬세하며 깨끗한 고음은 극장식 음향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음질이 뛰어나다.
참고로 3부작을 시간 순서대로 이어 붙인 편집본은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홍콩 제작사에서 임의로 배열한 것인 만큼 연결이 깔끔하지 못하고 엉성하다.

무성의하게 단순 나열만 한 편집본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유덕화는 삼합회가 경찰에 심어놓은 스파이로, 양조위는 경찰이 삼합회에 심어놓은 스파이로 엇갈린 운명을 살아간다. 그래서 맥조휘 감독은 "무간지옥은 곧 사람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괴롭다는 뜻.
이 작품은 조연들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협도고비' 등 과거 홍콩 누아르에서 악당으로 자주 등장한 황추생이 살해당하는 경찰국장으로 출연.
'오복성' 등 오래전 성룡 영화에 자주 얼굴을 내민 증지위. 과거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치밀한 삼합회 보스로 등장.
유덕화는 늙지도 않는다. 얼굴에 주름하나 없다. 초록색 기운이 도는 일부 장면과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입자는 블리치바이패스 기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와이드 앵글이 자주 나온다. 특히 높은 건물에서 홍콩을 내려다본 배경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원래 이 작품은 두 가지 결말이 존재한다. 또 다른 결말은 유덕화가 경찰들에게 사살당하는 것.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면 3편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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