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배틀 오브 브리튼

울프팩 2005. 4. 3. 13:44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소수의 사람들에게 빚을 진 적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10월 영국 본토 항공전을 견뎌 낸 처칠 수상의 유명한 소감이다.

영국 본토 항공전은 유럽을 휩쓴 나치 독일이 영국 본토 상륙에 앞서 1940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전투기와 폭격기를 총동원해 영국을 폭격한 사건을 말한다.
유럽에서 패퇴 후 영국으로 철수한 영국군은 중과부적 상태에서도 전투기를 각지로 산개해 독일 공군에 치명타를 안겼다.

히틀러는 1940년 9월 15일 독일 공군을 총동원해 런던을 공습하나 크게 패한 뒤 영국 본토 상륙을 무기한 연기했다.
영국은 이날을 기념해 영국 본토 항공전의 날(Battle of Britain)로 정했다.

007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 해밀턴(Guy Hamilton) 감독은 이처럼 유명한 역사전 사건을 '배틀 오브 브리튼'(Battle of Britain, 1969년)이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이 영화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놀라운 공중전 재현 때문이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운용된 영국과 독일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 공중전을 연출했다.
요즘처럼 컴퓨터 그래픽이나 모형을 이용한 눈속임이 아닌 실제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벌이는 공중전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영국 스피트파이어, 허리케인 전투기, 독일 측 슈투카, 하잉켈 폭격기, 메사슈미트 전투기 등을 동원했으며 실제 전쟁당시 참전한 양측의 에이스 조종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덕분에 밀리터리 마니아나 프라모델 애호가들에게 반드시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제작 측면에서 보면 007 제작진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007 시리즈를 제작한 해리 살츠만이 제작을 맡았고 4편의 007 시리즈를 만든 해밀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역시 007 시리즈를 촬영한 프레디 영이 촬영감독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만큼 화질이 그저 그렇다.
일부 장면의 화질 편차가 심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로렌스 올리비에, 마이클 케인, 쿠르트 유르겐스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발지 전투'에서 독일군 전차 지휘관을 연기한 로버트 쇼도 영국 공군 에이스로 출연했다.
이 작품은 실제 전투기의 도색, 킬 마크 등 세부 묘사까지 그대로 재현해 프라모델 애호가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이 작품에 동원된 영국군의 허리케인과 스피트파이어 전투기는 '멤피스벨'에도 나왔다.
영국 폭격에 나선 독일의 하잉켈 폭격기.
항공 촬영한 실사 폭격 장면. 영국인들은 이 기간을 '강철과 불의 나날'로 기억한다.
하늘을 가득 메운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실제 공중전을 연출한 장면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 작품에 매료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스타워즈'의 우주선 전투장면을 만들었다.
역동적인 카메라는 전투기들의 사실적인 운동성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독일 측 자문은 2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주요 지휘관이었던 아돌프 갈란트가 맡았다.
독일 Bf-109E 전투기는 2차 대전 때 운용기를 구할 수 없어 스페인에서 양산한 같은 모델의 Ha-1112를 대신 사용했다. Ha-1112는 Bf-109E와 같은 모델이지만 기수 부분이 다르다.
독일 공군사령관이자 나치 독일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 실제 괴링과 풍채와 외모가 흡사하다.
'바다사자 작전'으로 명명된 영국 상륙전을 위해 프랑스 칼레에 모였던 독일군은 영국 항공전의 패배로 모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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