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진영 12

왕의 남자 (한정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년)를 DVD로 3번 봤다. 재미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1,200만명이 넘게 본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느낌이 다른 만큼 많이 봤다고 무조건 재미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로 그렇게 됐다. '황산벌'과 '왕의 남자' 두 편만 보고 단정짓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현재까지 감독한 작품이 세 편 뿐이니 어쩔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세계는 깊이가 얕다. 줄거리 위주의 이야기 흐름과 말초적인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만큼 쉽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황당한 몸짓과 언어유희로 금방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개그콘서트'처럼 말이다. 대신 사회 구조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인간 관계를 고찰하려는 진지한 자세는 없다. '왕의 남자..

철수 영희

황규덕 감독의 '철수 영희'(2004년)는 모든 것이 미흡한 작품이다. 촬영, 조명, 배우들의 연기 등 여러 가지가 뒷받침이 안되다 보니 어린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로맨틱 판타지를 그리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빛이 바랬다. 아이들의 에피소드 또한 흔히 듣고 보던 것들이어서 그다지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눈에 띈 것은 내용보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다. 모두 아마추어들이어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확연히 들만큼 어색하고 서툴러 웃음을 자아낸다. 학생들의 습작품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한 상업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함량미달이다. DVD 타이틀도 작품처럼 사양이 떨어진다.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하지 못해서 그런지 화면이 오래된 영화처럼 4 대 3 레터박스 포맷이다. 화질은 계단현상과 색 번짐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