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이미 폭스 14

킹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래전부터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우방국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아랍에미리트 연합과 함께 중동에서는 비교적 덜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이고 알 카에다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다. 정치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지만 종교적으로는 보수 회교국이어서 우리 정부도 해외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국으로 분류해 놓았다. 피터 버그 감독의 '킹덤'(The Kingdom, 2007년)은 할리우드 영화로는 드물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위험한 모습을 그렸다. 폭탄 테러로 사망한 미 연방수사국 요원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급파된 FBI 수사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수사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테러단체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

콜래트럴

가끔 스타의 이름값을 과하게 지불할 때가 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콜래트럴'(Collateral, 2004년)도 그런 영화다. 톰 크루즈(Tom Cruise)가 악역으로 나와 궁금했는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톰 크루즈의 변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자아도취적 영상으로 일관한다. 내용은 밤거리 택시운전사(제이미 폭스 Jamie Foxx)가 우연히 전문 킬러(톰 크루즈)를 태우면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택시운전사는 뜻하지 않게 킬러의 범행을 돕지만 나중에 킬러와 목숨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인다. 뚜렷하게 임팩트가 없는 내용인 만큼 차라리 톰 크루즈의 악역을 부각할 수 있는 액션 장면을 많이 넣었으면 오락영화의 몫이라도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스텔스

로브 코헨(Rob Cohen) 감독의 '스텔스'(Stealth, 2005년)는 내용은 엉성하지만 속도감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속도감을 최고로 살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첨단 전투기들의 비행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짜릿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내용은 엉성하기 그지없다. 가까운 미래에 미 해군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의 무인 전투기가 벼락을 맞아 인간처럼 감정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설픈 내용만큼 장르 구분도 힘들어 SF와 액션, 애잔하지 않은 로맨스 드라마가 뒤섞인 짬뽕 영화다. DVD 타이틀은 음향 효과만큼은 확실하니 제대로 된 AV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시연용으로 그만이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사방을 휘감는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

레이

한 사람의 평생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다루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기 영화가 어렵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은 '레이'(Ray, 2004년)를 통해 지난해 작고한 미국의 대중음악가 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리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굴곡이 많았던 레이 찰스(Raymond Charles Robinson)의 젊은 날에 집중해 인물을 조명하는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캐릭터 묘사에 능한 핵포드 감독답게 '사관과 신사' '백야' 등 그의 전작처럼 복잡다단한 내면을 지닌 주인공 레이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핵포드 감독이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주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Jamie Foxx)의 공이 크다. 실제 레이 찰스도 감탄할 만큼 젊은 날의 레이를 쌍둥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