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니 뎁 19

투어리스트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관계를 다루고 있다. A라는 존재가 B 또는 다수의 존재와 맺어진 관계 때문에 이야기가 생겨난다. 따라서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야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관계란 이야기의 시작이요 끝이다. 플로리언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라는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긴 이름을 가진 감독이 만든 '투어리스트'는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풀어가는 드라마다. 두 사람이 왜 만났을까, 어떻게 만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치 우연처럼 만난 두 사람이 겪는 모험담은 관계의 본질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다보니 시종일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추리극의 기술을 빌려 관계의 본질을 살짝 감춰놓아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꼼수를 ..

영화 2010.12.11

아리조나 드림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아리조나 드림'(Arizona dream, 1993년)은 몽환적인 영화다. 언뜻보면 아리조나 사막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알 수 없는 부조리로 가득찬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우리가 못다이룬 꿈에 대한 회한이 스며있다. 사막의 한 가운데 모인 남녀는 나이를 불문하고 각자의 꿈을 꾼다. 세상을 날고, 알래스카에서 넙치를 잡고 그리고 죽는 것 까지 그들에게는 모두 꿈이다. 그들은 꿈을 꿈으로 끝나게 하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쿠스트리차 감독이 몽환적인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결국 꿈을 버리지 말라는 것.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기대에 부풀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이 모두 행복할까. 쿠스트리차 감독은 자살로 생을..

퍼블릭 에너미 (블루레이)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ies, 2009년)는 미국 역사상 유명한 강도였던 존 딜린저에 대한 찬양가다. 193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은행강도였던 존 딜린저는 대공황기에 자신들의 배만 불리던 은행들을 골라 털어서 서민들의 절대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은행을 털던 중 예금을 맡기거나 찾으러 온 사람들의 돈은 손대지 않고 은행 금고의 돈만 가져갔다. 딜린저는 머리도 좋고 신출 귀몰했기에, 초대 FBI 국장이었던 에드가 후버는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규정하고 경찰력을 총동원해 그를 쫓았다. 이 같은 이야기를 작가 브라이언 버로우가 논픽션 책으로 펴냈고, 다시 마이클 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히트' '콜래트럴' 등 경찰과 범죄자와의 긴박한 대립을 다룬 ..

스위니 토드 (SE)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팀 버튼의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Sween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년)가 2장의 특별판(SE) DVD로 나왔다. 본편 자체는 극장과 동일하지만 다양한 부록들을 2번째 디스크에 실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내용보다 배우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가위손 대신 은제 면도칼을 손에 쥔 주인공 조니 뎁(Johnny Depp)과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 등 출연진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아닌 탓에 그다지 정감이 가지는 않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감히 블..

스위니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년)의 장르를 굳이 이야기한다면 슬래셔 뮤지컬이라고 부를 만하다. 서정적인 선율과 화음이 흐르는 가운데 화면 가득 피가 난무한다. 과거 슬래셔 공포영화가 10대들의 성적 방종과 마약 등 일탈행위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면 이 작품의 모티브는 복수다. 모든 복수들이 그렇듯 원한에 사무친 주인공의 복수는 잔혹하다. 아니, 스위니 토드(조니 뎁)의 복수는 잔혹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발사인 주인공이 과부 요리사와 만나 복수를 펼치다보니 이야기의 전개는 복수극을 넘어 공포괴담을 연상케 한다. 그 속에는 개인적 복수도 들었지만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인간을 ..

영화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