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트라볼타 10

파괴자들 (블루레이)

올리버 스톤 감독이 '파괴자들'(Savages, 2012년)에서 메스를 들이댄 대상은 마약상들이다. 순도 높은 아편을 정제하는 기술자들에게 욕심을 낸 멕시코 거대 마약조직이 인질을 잡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 특이하게도 이번 작품은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거대 마약 조직을 움직이는 멕시코의 여성두목(셀마 헤이엑)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조차 소위 마약 기술자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마치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계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두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력과 암투는 결국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위기의 순간과 결정의 고비에서 결국 흐름을 좌우한 건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마약 조직의 행동대장과 두 명의 기술자들이기 때문. 반면 ..

서브웨이 하이재킹 펄햄123

비행기, 여객선, 기차에 이어 이번에는 지하철이 납치의 대상이 됐다. 토니 스콧 감독의 '서브웨이 하이재킹 펄햄123'은 제목이 말해주듯 펄햄123호 지하철을 납치하는 내용이다. 뉴욕 경찰, 지하철 회사 직원들이 돈을 노린 범인들과 피말리는 인질극을 벌인다. 모든 납치극이 그렇듯, 인질의 무사 귀환까지는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이 작품도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인질들이 풀려난 뒷이야기가 맥없이 풀어진다는 점. 너무나 허망하게 스러지는 범인들을 보며 1시간 40분의 상영 시간이 아주 아까웠다. 그렇다고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탑건' '맨 온 파이어' '크림슨 타이드' 등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 토니 스콧 감독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이 작품은 명성에 못미쳐 실망스럽다. GPS화면..

퍼니셔

마블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퍼니셔'(The Punisher, 2004년)는 '스파이더맨' '헐크' '데어데블' '블레이드' 등 마블코믹스 계열의 작품들이 그렇듯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의 영웅이 주인공이다. FBI 특수요원 프랭크 캐슬(토마스 제인 Thomas Jane)은 범죄집단의 두목 세인트(존 트라볼타 John Travolta)에게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은 뒤 복수에 나선다. 일가족을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캐슬의 복수는 자책과 분노가 뒤섞여 더 할 수 없이 잔인하다. 딱 만화에 어울리는 줄거리처럼 영화 또한 B급 액션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B급 액션물에도 못 미친다. 차라리 화끈한 액션으로 볼거리라도 제공했다면 B급 액션물의 체면치레는 했을 텐데..

래더49

제이 러셀(Jay Russell) 감독의 '래더 49'(Ladder 49, 2005년)는 불을 훔친 영화다. 목숨을 걸고 화재 진압에 나서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와 상당히 흡사하다. 신참 소방관(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이 베테랑이 되는 과정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 때문에 가족과 빚는 갈등, 목숨까지 바쳐가며 다른 사람을 구하는 헌신적 활약 등 구성이 '분노의 역류'를 빼다 박았다. 아닌 게 아니라 러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 론 하워드 감독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당시 하워드 감독은 "불을 디지털로 만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고, 이를 충실히 따른 러셀 감독은 볼티모어 항구에 위치한 20층짜리 건물을 홀라당 태워가며 이 영화를 찍었다. 덕분에 화재..

페이스 오프

마치 가면을 벗듯 얼굴 가죽을 떼어내 새 사람으로 변신하는 내용의 '페이스 오프'(Face off, 1997년)는 오우삼(吳宇森) 감독 다운 발상이다. 그렇지만 성형 수술로 신분을 바꾸는 발상은 독창적 아이디어는 아니고 1960년대 영화 'Seconds'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가 졸지에 얼굴이 바뀌는 형사와 범죄자 역할을 맡아 다중인격 같은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펄럭이는 롱코트, 쌍권총,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총알이 보일 만큼 느린 액션 등 오우삼의 홍콩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에서 익히 본 코드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색다른 풍경이어서 이 작품에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