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좀비 7

레지던트 이블 벤데타(4K 블루레이)

츠지모토 다카노리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벤데타'(Resident Evil: Vendetta, 2017년)는 비디오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영화 시리즈 중 하나다. 상표권 때문에 일본에서는 '바이오 하자드', 그 외 지역에서는 '레지던트 이블'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전형적인 좀비물이다.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들을 무차별 격퇴하는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좀비물의 기본 플롯은 동일하다.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파리떼를 때려잡듯 좀비를 때려잡으면 끝난다. 그만큼 비디오 게임용으로 딱 어울린다. 영화 시리즈도 계속 인물과 배경을 바꿔가며 변주하듯 내놓았지만 기본 플롯은 좀비물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유의 깊이는 뒤로 한채 파괴적인 본능과 폭력적인 충동에 의지한 영화다. 이번 작품은 실물 배우가 아닌..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블루레이)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カメラを止めるな!, 2017년)는 독특한 영화다. B급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언뜻 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구성이 독특하다. 영화 속 영화를 먼저 보여주고 제작현장을 다루면서 복기하는 방식이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안에는 마치 러시아의 오뚝이 인형처럼 3개의 영화가 들어 있다. 캥거루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새끼 캥거루처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좀비물을 만드는 제작팀 얘기가 있고 그 안에 서 그들이 또 다른 좀비물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좀비 영화가 대동소이하듯 영화 속 제작팀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만드는 좀비물은 뻔한 내용이다. 버려진 공장에서 좀비 영화를 찍던 제작팀이 실제 좀비를 만나 쫓기는..

캐빈 인 더 우즈: 블루레이

원래 쓸데없이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드류 고다드 감독의 공포영화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년)는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미국의 전형적인 슬래셔 무비들처럼 캠핑을 떠난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산골 숲 속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해 무엇인가 건드리게 되고 졸지에 좀비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좀비들의 배후에 도사린 더 큰 공포로 이야기가 확산되며 영화는 기존의 공포물과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적당한 공포와 신화적 이야기가 뒤섞인 현대판 판타지다. 영화를 보면서 뒤로 갈수록 떠오르는 것은 아즈텍 제국이었다. 중세 멕시코에 자리 잡..

나는 전설이다 (4K 블루레이)

익숙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생경함 또한 또 다른 공포다.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에서 본 바닷가 모래밭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년)에서 그때의 생경한 공포를 다시 재현하고 있다. 잡초가 웃자란 뉴욕 5번가, 인적 없는 괴괴한 도시를 사슴떼가 질주하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사자가 사슴을 사냥한다. 지금의 모습과 너무 다른 뉴욕의 을씨년스럽고 괴괴한 풍경은 그 어떤 공포 소설 못지않은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내재된 또 다른 공포는 바로 보이지 않는 적이다. 어둠 속에 숨어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좀비가 된 인간들도 두려운 존재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좀비를 만드는 미세한 바이러스..

부산행

좀비 영화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해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맥을 잘 짚었다. 오로지 추격전에만 집중해 좀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기 때문. 어떻게 좀비가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 지 군더더기 같은 얘기들을 모두 잘라내고 사람과 좀비의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좀비의 등장은 간단한 인트로 컷으로 처리했고 해결 과정은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특히 이 작품은 부산행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공간을 이용해 마구 몰려오는 좀비떼의 공격을 극대화한 것. 어떤 인물들이 기차에 타고 있으며 이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략한 장면들만 설명..

영화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