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カメラを止めるな!, 2017년)는 독특한 영화다.
B급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언뜻 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구성이 독특하다.
영화 속 영화를 먼저 보여주고 제작현장을 다루면서 복기하는 방식이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안에는 마치 러시아의 오뚝이 인형처럼 3개의 영화가 들어 있다.
캥거루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새끼 캥거루처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좀비물을 만드는 제작팀 얘기가 있고 그 안에 서 그들이 또 다른 좀비물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좀비 영화가 대동소이하듯 영화 속 제작팀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만드는 좀비물은 뻔한 내용이다.
버려진 공장에서 좀비 영화를 찍던 제작팀이 실제 좀비를 만나 쫓기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한 번도 컷 하지 않고 들고 찍는 카메라로 물 흐르듯 30분간 원 컷 원 씬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영화적 편집을 할 수 없다는 설정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영화 속 소동이 벌어진다.
즉 한편에서는 영화를 찍으면서 따라 움직이는 제작진은 카메라를 피해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그 과정이 어이없고 황당해 웃기면서도 안타깝다.
코믹한 설정을 빌려오기는 했지만 극 중 좀비 영화 제작진의 현실은 어쩌면 메이저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독립 영화인들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까지 한 우에다 감독부터 그렇다.
감독은 돈이 없어서 자신의 집과 소품까지 활용해 영화를 찍었다.
배우들도 모두 무료로 출연했다.
당연히 우격다짐하듯 만든 영화여서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도 큰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뜻하지 않게 이 영화가 일본에서 관객 동원 100만 명을 넘어서자 제작진은 순회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독과 배우들이 떼돈을 번 것은 아니다.
감독은 우리 돈으로 30만 엔 정도 벌었다고 한다.
대신 일본은 블루레이와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우리보다 탄탄해 여기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알고 보면 이 작품은 단순히 B급 정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영화인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런 사정은 일본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에다 감독 못지않게 이 땅에서 저예산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하는 독립 영화인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그들이 잘돼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감독과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초반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는 좀비물은 마치 DVD처럼 화질이 거친데 이는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설정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본편은 색감이 탈색된 느낌이지만 윤곽선도 깔끔하고 영상이 매끄럽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 및 제작진 해설, 감독과 의상 및 홍보 등을 담당한 부인 후쿠다 미유키의 해설 등 2편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촬영과정, 뮤직비디오, 무대인사, 예고편 및 호신술 영상, 국내 블루레이 발매 기념 축하 인사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 영상도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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