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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블루레이)

울프팩 2020. 2. 23. 17:57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カメラを止めるな!, 2017년)는 독특한 영화다.

B급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언뜻 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구성이 독특하다.

영화 속 영화를 먼저 보여주고 제작현장을 다루면서 복기하는 방식이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안에는 마치 러시아의 오뚝이 인형처럼 3개의 영화가 들어 있다.

캥거루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새끼 캥거루처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좀비물을 만드는 제작팀 얘기가 있고 그 안에 서 그들이 또 다른 좀비물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좀비 영화가 대동소이하듯 영화 속 제작팀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만드는 좀비물은 뻔한 내용이다.

버려진 공장에서 좀비 영화를 찍던 제작팀이 실제 좀비를 만나 쫓기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한 번도 컷 하지 않고 들고 찍는 카메라로 물 흐르듯 30분간 원 컷 원 씬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영화적 편집을 할 수 없다는 설정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영화 속 소동이 벌어진다.

즉 한편에서는 영화를 찍으면서 따라 움직이는 제작진은 카메라를 피해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그 과정이 어이없고 황당해 웃기면서도 안타깝다.

코믹한 설정을 빌려오기는 했지만 극 중 좀비 영화 제작진의 현실은 어쩌면 메이저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독립 영화인들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까지 한 우에다 감독부터 그렇다.

감독은 돈이 없어서 자신의 집과 소품까지 활용해 영화를 찍었다.

 

배우들도 모두 무료로 출연했다.

당연히 우격다짐하듯 만든 영화여서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도 큰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뜻하지 않게 이 영화가 일본에서 관객 동원 100만 명을 넘어서자 제작진은 순회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독과 배우들이 떼돈을 번 것은 아니다.

 

감독은 우리 돈으로 30만 엔 정도 벌었다고 한다.

대신 일본은 블루레이와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우리보다 탄탄해 여기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알고 보면 이 작품은 단순히 B급 정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영화인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런 사정은 일본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에다 감독 못지않게 이 땅에서 저예산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하는 독립 영화인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그들이 잘돼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감독과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초반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는 좀비물은 마치 DVD처럼 화질이 거친데 이는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설정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본편은 색감이 탈색된 느낌이지만 윤곽선도 깔끔하고 영상이 매끄럽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 및 제작진 해설, 감독과 의상 및 홍보 등을 담당한 부인 후쿠다 미유키의 해설 등 2편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촬영과정, 뮤직비디오, 무대인사, 예고편 및 호신술 영상, 국내 블루레이 발매 기념 축하 인사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 영상도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액자소설식 구성이다. 전반은 좀비물, 후반은 이를 만드는 제작과정을 보여준다. 우에다 감독은 따로 대학 등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거나 조감독 생활을 하지 않았다.
퐁 소리를 내며 팔을 들어올려 빼내는 호신술은 실제 응용 가능한 방법이라고 한다. 감독이 고교 시절했던 개그를 살려 만들었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에서 3주 상영을 목표로 2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러나 개봉 직후 관객들 반응이 좋아 극장수를 계속 늘렸다.
관객이 늘면서 개봉 두 달 만에 상영관도 25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에다 감독은 한때 노숙자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제작비 300만엔으로 만들었다.
극 중 감독의 집으로 나오는 곳은 우에다 감독의 집이다.
따로 준비된 의상이 없어서 배우들이 각자 입던 옷 그대로 출연했다.
감독은 2017년 3월에 오디션으로 12명의 배우를 뽑았다. 선발 기준은 연기가 서툴러서 노련한 배우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일본에서는 2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면서 30억엔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일본 영화 산업의 특징 때문에 감독과 배우들은 별다른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우에다 감독은 2013년에 연극을 보다가 앞부분에서 살인극을 다루고 뒷부분에서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이중구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여주인공 아이카를 연기한 아키야마 유즈키는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이다. 공포물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여주인공은 가슴이 커야한다는 감독의 생각때문에 그는 브래지어에 보형물을 넣었다.
제작진은 극 중 극의 무대가 된 폐공장을 지자체에서 무료로 빌렸다. 공장 건물은 시의 소유였다.
스핀오프 작품인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이 2019년 11월에 국내 개봉했다. 우에다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했지만 이 작품의 조감독인 나카이즈미 유야가 연출을 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1Disc)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1Disc 한정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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