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콜린 퍼스 15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블루레이)

네델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살짝 고개를 돌린 소녀의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 미소가 어리고, 귀에는 영롱한 진주 귀걸이가 달려 있다. 렘브란트와 더불어 17세기 뛰어난 빛의 화가였던 그는 이 그림에 섬세한 붓놀림으로 은은하게 번지는 내제적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그런데 한가지,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어떻게 당시 값비싼 장신구였던 진주 귀걸이를 했을까.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여기 의문을 품고 어려서 부터 좋아한 이 그림에 얽힌 동명 소설을 썼다. 그다지 알려진 게 없는 화가 베르메르와 누구인 지 모를 그림 속 신비한 소녀의 이야기는 순전히 슈발리에의 상상력이 빚은 보석이다. 피터 웨버 감독은 원작 소설을 충실하..

브리짓 존스의 일기(블루레이)

연애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심리전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술이 없듯,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이 없다 보니 때론 어긋나기도 하고 때론 운명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샤론 맥과이어(Sharon Maguire) 감독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년)는 연애가 얼마나 힘든 전쟁인 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물며 마음이 급한 30대 노처녀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30대 노처녀가 두 명의 남성 사이에서 운명처럼 얽힌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역이 기가 막혔다. 이미 영화 제작 이전부터 소설이 잘 팔린 덕분에 노처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브리짓 존스를 르네 젤위거(Renee..

러브 액츄얼리 무삭제판 (블루레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년)는 '나홀로 집에'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때 볼 만 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옴니버스식으로 담았다. 그 모든 사랑이 꼭 아름답고 행복한 것 만은 아니다. 멀리서 가슴 졸이며 바라만봐야 하는 애태우는 사랑도 있고, 둘이 좋아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랑도 있다. 반면 신데렐라식 사랑 이야기나 어린 아이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모든 사랑의 기저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본능적으로 누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깔려 있다. 그래서 보면 볼 수록 행복하면서도 아픈 작품이다. 특히 친구의 아내를 좋아하는 청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마음을..

맘마미아 (블루레이)

인생에 있어서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게 모험이라면 사랑은 가장 큰 모험이다. 그런 점에서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Mamma Mia, 2008년)는 가장 큰 모험을 다루고 있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세 남자를 그리스 섬에 초대하면서 소피와 그의 엄마, 친구들은 뒤늦게 사랑을 찾으며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역시 아바의 노래다. 1970년대를 풍미한 아바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이야기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배열한 솜씨가 돋보인다. 널리 알려진 배우들이 다시 부르는 노래를 듣는 재미와 그리스의 수려한 풍광은 원작 뮤지컬에서는 맛보기 힘든 영화만의 매력이다. 특히 엄마 도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 딸 소피 역의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노래 솜씨가 들..

맘마미아

아바를 처음 안 것은 중학교 2학년때인 1981년이었다. 당시 가장 친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들어보라고 카세트 테이프를 건넸다. 그때는 국내에 CD가 나오기 전이어서 LP와 카세트 테이프가 전부였다. 그 친구가 건넨 음반이 바로 아바의 걸작 음반 '슈퍼 트루퍼'였다. 그 친구는 'Andante Andante'를 가장 좋아했지만 그 음반에는 'Super Trouper'부터 시작해서 'The Winner Takes It All' 'Happy New Year' 'Our Last Summer' 'Lay All Your Love On Me' 등 히트곡들이 줄줄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바의 팬이 된 이후 그들의 노래를 참 열심히 들었다. 그게 벌써 27년전 기억이다. 필리다 로이..

영화 200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