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클린트 이스트우드 15

더티 해리(블루레이)

'황야의 무법자'와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만든 영화가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 해리 칼라한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캐릭터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지만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서슴치 않고 총을 꺼내 든다. 때로는 그 방법이 과격하고 지나쳐 경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기도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한 해결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티 해리는 공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권력의 무능과 한계를 조롱하고 뛰어넘는 역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제작 당시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 않나 싶다. 당시 베트남전에 휘말린 미국은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수한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억울하게 죽..

아메리칸 스나이퍼(블루레이)

통계를 보면 월남전에서 미군 1명당 적군 1명을 사살하기 위해 쏜 총탄이 평균 20만발이다. 그런데 저격수 1명이 적군 1명을 사살하는데 소비한 총탄은 평균 1.3발이다. 각 군이 저격수를 키우는 이유다. 수치상 효율을 떠나서 총 소리 한 방과 함께 사람이 죽어 넘어가게 만드는 저격수의 존재는 전장에서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게 총탄 발사효율보다 더 큰 저격수의 심리적 효과다.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던 크리스 카일은 미국 네이비씰의 유명한 저격수였다. 그의 자서전 등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4차례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을 저격했고,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오죽했으면 이라크 반군들은 그를 악마라는 뜻의 '알 사이탄'이라고 부르며 8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전장에서는 무서운 존재였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블루레이)

오랜만에 반가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나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0년대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년) 블루레이 타이틀이 최근 국내 출시됐다. 예전 TV 명화극장 등을 통해서 본 이 영화는 '벤허'나 '대부' 같은 아카데미상을 줄줄이 탄 명작은 아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주 반가운 숨은 수작이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카멜시의 DJ가 좋아하는 여성 팬으로부터 지독할 정도로 스토킹을 당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 '미저리'나 '더 팬'의 원조쯤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블루레이)

사람은 아무리 되풀이해도 고통받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통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 영화가 더 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고통받는 사람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고통의 무게를 어찌나 무겁게 잘 표현했던지 훌륭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아파 두 번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출연하고 음악까지 작곡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년)는 흔치 않게도 여자 권투선수와 그를 키워내는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보는 이를 사로잡는 배우들의 연기..

아메리칸 스나이퍼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년)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네 차례나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그만큼 미군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적 존재가 됐다. 그의 저격 덕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탈레반, 특히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두 지점이 서로 다른 입장의 ..

영화 2015.02.03